윤석열 대통령이 감사원 새 감사위원(차관급)에 유병호 사무총장을 임명 재가했다. 오늘자로 임기를 마치는 임찬우 감사위원 후임이며, 임기는 4년이다. 유 신임 감사위원은 2022년 6월부터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서해공무원 피살사건’과 ‘주요 국가통계 실태’ 등의 감사를 지휘했다. “국가·사회적 현안이나 국민적 의혹을 해결해 감사원 신뢰를 높였다”는 게 발탁 배경이지만, 정작 그는 새 정부 들어 표적감사로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흔든 인물로 안팎에서 비판받았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선 그가 주로 ‘정권보위용 감사’를 주도했다며 이번 인사를 ‘보은용’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 감사위원은 당장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수사받는 처지다. 그와 최재해 감사원장은 전산조작으로 감사보고서를 위법 채택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인 것이다. 그가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가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을 ‘패싱’한 의혹도 있었다. 이번 인사가 공수처에 대한 수사압박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또 ‘배우자가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처분하라’는 인사혁신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9월 패소하기도 했다. 굳이 ‘정치감사’ 논란이 아니더라도 공직자 청렴성을 다투는 기관의 핵심간부가 공직자윤리법상 의무를 회피하려는 소송을 낸 것만으로 자격을 의심받을 일이다.
국가 최고감찰기관인 감사원은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과 다름없다. 정권의 입김에 좌우된다면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역대로 총장에서 감사위원으로 직행한 사례가 드문 게 이런 원칙과 상식을 감안해서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당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에 제청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독립성’을 내세운 최재형 감사원장의 저항으로 무산된 사례가 있다. 그런데도 윤 정부 들어 '정권의 돌격대' 지적을 받는 감사원에서 그 주역이 노골적으로 ‘영전’한다면 국민이 수긍할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