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 알리는 에이전트 향한 “왜 하필 한국인가”에 대한 대답, 여기에 있다

입력
2024.02.29 13:00
19면
1세대 한국 문학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
여행기로 세계에 ‘한국 문화’ 전파 결심

바바라 지트워. 최근 한국 문학의 세계적인 활약상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이름이다. 김영하 작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시작으로 신경숙, 한강, 정유정, 편혜영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을 영미권을 비롯한 세계 출판시장에 선보인 출판 에이전트이다. “존재 이유를 찾은 사람처럼” 한국 작가를 널리 소개하는 데 노력을 쏟았다고 말하는 그가 이번에는 ‘한국 여행기’를 냈다.

지트워의 ‘한국에서 느낀 행복들’은 한국 문학을 출판하면서 수많은 이들에게 들은 “왜 하필 한국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사실 여행기라고 딱 잘라 말하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한국 전통문화와 관광지를 비롯해 신경숙 작가 소설에 나오는 고기만두, 이정명 작가 소설의 파전, 김치, 보리 술빵 등 한국 음식 조리법도 실었다. 이 책은 이미 영국과 미국, 호주,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 출판돼 한국 문화 전파에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머지않아 한국 작가 중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지트워는 한국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도 “한국 작가의 기여는 내 책의 보석 같은 부분”이라고 거듭 치켜세웠다.

-한국 에세이와 여행기, 조리법 등 다양한 글로 구성된 책을 낸 이유는.

“한국의 정보가 다양하게 담긴 책을 쓰고 싶었다. 쓰면 쓸수록 책은 저절로 형태를 갖춰갔다. 한국 작가들의 목소리를 더하자 책이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 작가들이 내게 준 이야기를 사랑한다. 예컨대 비 오는 날엔 파전을 만든다는 이 소설가의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그 자체 같았다.”


-한국 문학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계기는.

“내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작가를 찾을 수 없어 벽에 부딪혔다고 느끼던 때가 있었다. 한국 문학을 처음 발견했을 때, 작가들이 훌륭한데도 국제 출판계의 누구도 이들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는 점에 놀랐다. 한국 문학을 소재로 일하기 시작하자 다시 (업무에) ‘몰입’하게 됐고, 지금도 여전히 몰입의 상태다.”

-책에 묘사된 한국의 풍경들은 대부분 고요하지만, 세계에 소개되는 한국 문학은 고요하기보다는 격동적이다.

“위대한 문학이란 현실을 반영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역사로 인해 한국 문학은 더 격동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 문제 등에서 보수적인 나라였고 여전히 그렇지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책에 나오는 한국의 여러 관광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한국전쟁과 이산가족의 아픔, 북한 주민의 공포를 몸소 느낀 비무장지대(DMZ)이다. 처음엔 혼자 방문하고, 반디 작가의 ‘고발’이라는 북한 반체제 소설 출판을 축하하려 한 차례 더 찾았다. (이 소설은) 전 세계가 DMZ와 한국을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출판 에이전트 경력에서 가장 중요하고 엄청난 순간이었고, 단지 책을 파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독자들이 없었다면 내 책은 출간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은 독자가 없다면 완성되지 않는다. 마치 연극이 관객 없이는 살아 있지 않듯이 말이다. 나의 책과 다른 모든 책의 동반자가 돼줘서 감사드린다.”

전혼잎 기자
문이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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