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노동조합을 조직적으로 와해하려고 한 삼성의 전현직 임원 및 해당 법인에 손해배상 책임이 일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정현석)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자서비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40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6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금속노조는 2020년 4월 이른바 '삼성 노조와해' 관련 기업·단체들과 국가 등을 상대로 1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및 에버랜드 노조에 대한 그룹 차원의 와해 공작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데 따른 것이었다. 100명에 달하는 피고 중엔 기업 주요 임원들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해당 형사재판에서 삼성그룹 계열 전현직 임직원 수십 명에게 줄줄이 유죄를 확정했다. 총괄급인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두 노조 와해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았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괴 사건의 실무자인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징역 1년을 받았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고,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5년)가 완성되면서 최종 피고 명단엔 41명의 이름이 올랐다.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역시 공모∙가담 정황은 드러났지만, 수사기관의 위법 증거 수집을 이유로 무죄가 확정되면서 제외됐다. 청구금액도 3억6,000만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청구액 3분의 1 수준인 1억3,300만 원에 그쳤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에 대한 청구는 당시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이유로 기각됐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염호석씨의 장례 과정에 최 전 전무 등이 개입한 사건에 있어서도 "이로 인해 노조 측이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조 측은 "범죄의 심각성을 덜어낸 판결"이라며 즉각 유감의 뜻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선고 직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이후에도 반노조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면서 "삼성의 모든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