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친(親)중국 세력이 미국 대선 상황을 활용한 선전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대한 중국 측의 '조직적 개입'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영국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ISD)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각종 SNS에서 중국 정부가 배후인 것으로 알려진 '스패무플라주(spamouflage)' 계정들이 미국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을 목표로 하는 활동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스패무플라주는 '스팸(spam)'과 '위장(camouflage)'의 합성어로, 가짜 SNS 계정을 뜻한다. 근래 들어 친중·반미 메시지를 발신하는 스패무플라주 계정이 급증한 탓에 '친중 세력의 여론 조작 온라인 캠페인'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는 지난해 중국 기관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패무플라주 계정 7,000여 개를 삭제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ISD가 소개한 엑스(X·옛 트위터)의 한 계정은 올해 11월 '리턴매치'가 유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타는 창을 쥔 채 대치하는 이미지를 내걸고 "미국의 집안싸움이 격화하고 있다"고 적었다. "미국 민주주의가 붕괴 중"이라는 글귀 아래 금 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이미지도 발견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통령직을 또 맡기엔 늙었다는 메시지를 부각한 게시물들도 또 다른 계정들에서 퍼지고 있었다.
해당 스패무플라주의 1차 목적은 '미국 평판 훼손'인 것으로 보인다. 엘리스 토머스 ISD 선임분석가는 NYT에 "중국은 대선 정국을 맞은 미국을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노회한 강대국'으로 묘사하고 싶어 한다"며 "미국은 국제사회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를 확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느 한쪽을 편드는 식의 '선거 개입' 의도는 아직 엿보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현재로선 중국 측이 누군가의 당선을 돕기 위한 활동을 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한다.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대(對)중국 압박 기조를 명확히 해 왔던 터라, 굳이 선호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쑨청하오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CISS) 연구원은 AP통신에 "누가 취임하든, 미중 간 전략적 경쟁 흐름은 안 바뀔 것"이라며 "중국은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3~4년간 상대해 본 경험이 있어, 특정 후보의 승리를 더 바라지 않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