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쿠바 수교에 미국 “한국 결정 존중”… 유엔은 “환영”

입력
2024.02.1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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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냉전기 북한 동맹국과 외교관계”

한국이 쿠바와 전격 수교한 데 대해 미국 정부가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한국-쿠바 간 수교와 관련해 “우리는 자국 외교관계의 성격을 결정할 수 있는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간단히 논평했다. ‘환영’이나 ‘축하’ 같은 표현은 쓰지 않았다.

납득할 만한 일이다. 냉전 시기인 1961년 쿠바와 단교한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이듬해 직접 쿠바를 찾고 미국 민간 항공사의 쿠바 운항을 허용하는 등 제재 완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2017년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의 쿠바 방문을 다시 금지하는 등 제재를 복원했고 쿠바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서먹한 관계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테러 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는 식으로 관계를 일부 회복했지만, 경제·금융 제재 조치는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엔에서는 환영 메시지가 나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상 어떤 나라가 수교하면 우리에게 통보된다”며 “우리는 더 많은 양자 외교관계 수립을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외신은 쿠바가 ‘북한 형제국’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북한의 냉전기 동맹국 중 한 곳인 쿠바와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며 ‘중남미 지역에서의 외교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한국 외교부 성명 내용을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쿠바 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를 ‘전우’로 부른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과 쿠바 간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도 이번 합의가 성사됐다는 점도 부각했다.

AFP통신은 쿠바 싱크탱크 자료를 인용, “최근 몇 년간 양국이 자동차, 전자 제품, 휴대폰 등 산업에서 중요한 사업 관계를 구축했다”고 짚은 뒤 쿠바 정부는 남북한 갈등에 대해 “항상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선호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유엔대표부는 이날 앞서 미국 뉴욕에서 유엔 주재 쿠바대표부와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사급 공식 외교관계를 맺었다.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뒤 단절됐던 양국 간 교류가 65년 만에 복원됐고, 한국 수교국은 193개국으로 늘었다. 서반구 유일 공산 국가인 쿠바는 1960년 수교 이후 반세기 동안 북한과 함께 ‘반(反)미국 형제 국가’로 지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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