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15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반대한다며 민주주의 수호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1월 중순부터 함부르크, 뮌헨 등 독일 주요 도시에서도 '다시 나치는 안 된다'며 극우 세력의 발호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중순 포츠담에서 오스트리아의 신나치 당원과 AfD 당원, 제1야당 기독교민주당의 몇몇 의원의 비밀 회동이다. 이들은 설령 독일 국적자라도 이민자 출신이라면 난민 신청자들과 함께 추방하자는 안을 논의했다. 이 회동이 올 초 보도되자 독일 사회는 경악했다. 2차대전 때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여기에서 썼듯이 AfD는 지난 1년간 계속해서 정당 지지도에서 2위를 기록 중이다. 대규모 추방안 보도와 시민들의 규탄 시위로 지지도가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이민 급증과 그린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불만을 파고들어 여당을 맹공격해 온 게 효과가 있었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기뻐한다는 뜻이다. 독일 내 극우 정당의 대두와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언론에서 샤덴프로이데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영국에서는 왜 극우 정당이 하원에 진출하지 못할까?
독일과 영국의 선거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은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한 사람만 뽑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창했던 영국독립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2014년 10월 25%를 넘어 1위였음에도 당시 보궐선거에서만 이겨 단 한 명만 하원에 진출했다.
반면에 독일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로 각각 368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AfD는 2021년 총선에서 10.3%의 지지도로 83석을 얻었는데 지역구 당선은 주로 구동독 지역에서 이뤄졌고 이들의 총 의석 가운데 20%가 안 된다. 나머지는 비례대표로 얻었다. 독일의 경우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 비례대표 지지 정당 등 2개의 표를 던진다. 비례대표제는 이처럼 소수정당에 유리하며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두 나라의 선거제 비교에서 보듯이 영국은 소선구제 때문에 극우 정당의 하원 진출이 매우 어렵다.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이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십 년간 요구해도 보수당과 노동당 양대 정당이 수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독일식의 소선구제와 비례대표제 혼합이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