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품질과 단돈 5,000원 이라는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며 한 때 '국민 아기욕조'로 군림했던 '물 빠짐 아기 욕조'의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10만 원씩 배상하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광만)는 소비자 160명이 대현화학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에게는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에게 각 1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현화학공업은 2019년 10월부터 아기욕조를 제조해 납품하거나 직접 판매했다. 이 제품은 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1년 사이 수만 개가 판매됐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20년 12월 "다이아이소노닐 프탈레이트(DINP)가 안전 기준치의 612.5배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리콜을 명령했다. DINP는 간 손상과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뿔난 소비자들은 2021년 대현화학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제품에서 검출된 DINP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체· 생명·재산상 손해를 봤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대현화학공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신체적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정신적 손해배상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는 친환경 폴리염화비닐(PVC) 소재 물마개가 달린 욕조 시제품에 대해 적합 판정을 받은 뒤, 일반 PVC 소재 물마개가 달린 욕조를 제조하면서 별도의 적합성 확인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KC인증 마크를 표시했다"며 "이는 거짓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부모인 원고들은 자녀를 유해물질에 노출시켰다는 자책감은 물론 성장 과정에서 신체 장애를 겪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겪었다"며 "피고에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헸다.
한편 욕조 제조사 대현화학공업과 중간 유통사 기현산업은 어린이제품안전 특별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