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길승수 작가 "가벼운 읽을 거리, 즐겁게 쓰고 즐겁게 읽읍시다"

입력
2024.02.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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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승수 작가가 뽑은 한 권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편집자주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어떤 사람들은 집의 방 한 칸을 통째로 책에 내어주는 걸까요. 서재가 품은 한 사람의 우주에 빠져 들어가 봅니다.


"사실 제가 제일 많이 참고한 건 한국고전번역원이 만든 '고전종합DB'인데, 그건 안되겠죠?" 길승수 작가의 일상은 한결같다.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아침 9, 10시쯤 집 근처 도서관에 출근해 저녁 7, 8시까지 글을 쓰고 퇴근,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도서관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은 고전종합DB와 대결하는 시간이다. 자료를 찾고, 읽고,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고민한다.

그러다 서가에서 한 권을 쓱 뽑아 들었다. 박영서 작가의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조선시대 선비가 초야에 묻혀 사는 점잖은 이들이었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 대부분은 농장 경영주였고 노비 주인이었고 부동산 투자자였다. 그 이야기, 조선시대 양반들의 부동산 투기 양상을 각종 기록에서 뽑아내 재미나게 풀어낸 책이다.


"책 자체의 결론은 자산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중요하다는 그런 내용이에요. 근데 그것보다는 그 시대 사람들의 필요와 욕망을 상식적이고 평균적인 시선에서 그려낸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근엄한 시선을 조금만 버려도 좀 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는 역사소설가라는 자신의 정체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흥미나 재미 위주로 읽고 쓰는 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나친 홀대가 다소 억울하다는 이야기다. "역사소설을 출판하고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어떤 분은 '문학계에서 우리는 불가촉천민'이라 한탄하더군요."

물론 역사소설가들도 지킬 선은 있다. 학자 같은 수준은 아니라 해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역사 판타지가 아닌 이상, 열심히 공부하고 기본적 사실을 어겨선 안된다. 그렇다고 너무 무시만 하는 것도 불편하다. 어느 한 인물, 사건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책들이 있는 게 결국 책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반문이다.

춘천= 조태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