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쉰들러'의 추락… 탈북 돕던 목사 '성추행' 1심서 징역 5년

입력
2024.02.14 18:22
"교장 지위 이용해 범행 저질러"

탈북 주민 지원에 앞장서 세계적 찬사를 받았던 목사가 청소년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승정)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목사 천모씨에게 14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천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피해자들을 성적 학대한 범행의 경위와 방법, 내용, 기간, 횟수 등에 비춰 죄질이 나쁘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지위에서 범행을 저지른 데다가 피해자들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천씨는 2016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자신이 교장으로 재직하던 기숙형 대안학교의 여자 기숙사 등에서 탈북 청소년과 탈북민 자녀 등 6명을 8차례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7월 피해 학생 3명이 경찰에 그를 고소하며 그의 범행이 발각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단법인 대표이자 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지위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의 건전한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중 1명에 대한 추행 혐의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미국 지인의 숙소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성적 학대행위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기는 하지만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1999년 탈북민을 돕는 재단을 설립한 천씨는 북한 주민 1,000여 명의 탈북을 도우면서 '아시아의 쉰들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가 운영하던 대안학교는 천씨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면서 위탁교육기관 지정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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