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인적 쇄신 속도 내는 이재명… 곳곳서 반발도

입력
2024.0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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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현역 의원들에게 용퇴 압박 본격화
인재근 "통합 거리 멀다… 김남근 지지 안 해"
문학진 반발에 이재명 "비선은 사실 아냐"

4월 총선 공천의 인적 쇄신에 직접 뛰어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판 짜기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현직 의원들에게 직접 불출마를 통보한 데 이어 14일에는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며 소위 '고인물'들의 2선 후퇴를 촉구했다. 큰 폭의 물갈이가 예상되면서 잡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인물이 빠진 자리에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들을 대거 전진 배치할 경우 '사천'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명 "떡잎 져야 새순 자라" 양보 촉구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떡잎은 참으로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역 중진들의 용퇴를 압박한 셈이다. 앞서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도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적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150명이 넘는 현역 의원들이 공천을 신청했다. 대체로 경쟁력 측면에서 외부 도전자들보다 현역이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용퇴를 언급한 것은, 현역 프리미엄을 포기하더라도 새 얼굴을 대거 투입하겠다는 대규모 물갈이의 예고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새로운 얼굴과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현역 용퇴 압박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서울 도봉갑에서 3선을 한 인재근 의원은 이 대표의 요청을 수용해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명-비명 전방위 정리… 곳곳에서 반발

이례적으로 당대표가 직접 공천 물갈이의 선봉에 섰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인 의원도 이날 불출마 선언 후 '당 상황이 통합공천과 거리가 멀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 의원 지역구에 김남근 변호사를 공천할 수 있다는 얘기에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김근태 정신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요청에 응하긴 했지만 내켜서 한 결심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대표에게 불출마 요청을 받은 문학진 전 의원도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경기도 팀' 비선 농간에 흔들리는 당"이라면서 "이 대표가 '친위부대'를 꽂으려 비선에서 무리수를 두다 보니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내놓았다"고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을 또다시 거론했다. 이에 이 대표도 "당 공식 조사 결과다. (비선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더 큰 갈등으로 번질 지역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입인재' 공천이 거론되는 충남 천안을도 그 중 한 곳이다. 이 대표가 영입한 이재관 전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장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양승조 전 충남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끓어 오르는 분노와 자괴감으로 몸과 마음을 가누기 힘들지만 이것도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적었다. 천안지역 민주당 시도의원들도 "낙선자를 영입인재로 둔갑시키고 전략공천까지 한다면 유례를 찾기 어려울 '특혜공천'"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천안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이 전 위원장의 전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비이재명(비명)계가 다수 공천에서 떨어져 나갈 경우, 공천을 둘러싼 내홍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특히 불복한 인사들이 무소속이나 개혁신당 간판으로 선거에 나설 경우, 후폭풍은 고스란히 민주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명계 인사들의 선제적 희생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본선도 생각하면서 물갈이를 해야, 민주당이 원하는 승리에 더 가깝게 다가갈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우태경 기자
이다영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