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이어 의대생들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임상의가 아닌 학생 신분이라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데다 의사단체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황이라 운신의 폭이 크진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대협)는 전날 오후 6시 30분부터 심야까지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저지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대학별로 태스크포스(TF)를 소집해 내부 의견을 추가로 수렴했다. 의대협은 15일 각 대학에 회의 결과를 공지할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이 아니라 대화의 자리로 나와 정부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현명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회의에선 동맹 휴학이나 수업 거부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개인 피해가 큰 휴학은 반대 의견이 많아 안 하기로 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학교별로 의견이 갈리기는 하지만 그나마 안전한 수업 거부를 결의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차관은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선 교육부에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는 학생들을 포함해 의료인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의대생 집단행동으로 가장 위력적인 카드로 꼽히는 의사 국가시험 거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지난달에 필기시험이 치러져 합격자 발표까지 끝났기 때문이다. 2020년 의사 파업 때는 의대생들이 하반기 국시 실기시험 거부로 정부에 맞섰다. 당시 정부는 국시 재응시 불가 방침을 세웠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의사 수급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이듬해 초 국시 미응시자 2,700여 명을 구제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박 차관은 “이번엔 시기상 국시 거부 같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법을 어기는 행위에 대해 사후 보완하지 않는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고 강조했다.
선배인 전공의들이 구체적인 투쟁 지침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생들이 먼저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동맹 휴학이든 수업 거부든, 당장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전공의 파업보단 파급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대협보다 하루 앞서 온라인 대의원총회 및 밤샘토론을 진행했지만 파업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가 전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으나, ‘의사면허 박탈’ 카드까지 꺼내든 정부의 강경 기조에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수 차관은 이날 중수본 브리핑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이고 의료개혁은 젊은 의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터를 개선하는 작업”이라며 “활력과 에너지를 학업과 수련, 의료 발전에 쏟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인생 진로에 영향을 주는 행동 방식으로 투쟁하는 것을 삼가 달라”며 “전임의, 전공의,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