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보기술(IT)기업 어시스트는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입사 예정자와 부모를 함께 초청해 회사 설명회를 열었다. 사장이 직접 회사를 소개하고 내부 견학, 질의 응답, 식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 회사는 한 입사 예정자가 대기업을 선호하는 부모의 반대로 취업을 포기한 뒤 이런 설명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첫 설명회 전까지만 해도 정말 부모가 설명회에 참가할지 반신반의했지만, 놀랍게도 입사 예정자의 45%가 보호자와 함께 왔다. 후쿠오카현에서 온 한 대학생(22)의 부모는 “이 기업이 사람을 소중히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녀의 입사에 찬성했다.
14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업이 신입사원으로 채용키로 한 학생이 마음을 바꾸지 않도록 미리 부모까지 설득하는 절차인 ‘오야카쿠’가 일본에서 최근 수년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야카쿠란 ‘부모(親·오야)'와 ‘확인(確認·카쿠닌)'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일손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구직자와 구인 기업의 입장이 역전된 일본 채용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신조어다.
유명 취업사이트인 마이나비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전날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오야카쿠를 받았다고 응답한 부모는 52.4%로, 5년 전 같은 조사 때의 17.7%에 비해 약 3배 급증했다. 이 회사 연구소는 “대학생 자체가 줄어드는 구직자 우위 시장에서 기업 간 입사 예정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격렬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녀의 구직 활동에 관여하는 부모가 늘어난 것도 오야카쿠가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구직 활동을 시작해 4학년 봄쯤이면 대부분 취업할 기업이 결정된다. 이때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기업이 좋은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등 입사지원서 작성까지 간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이나비의 같은 조사에서 ‘아이의 구직 활동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부모는 71.3%였다. 또 아이에게 ‘입사지원서 첨삭을 부탁받았다’고 말한 부모는 18%, 아예 ‘대필을 부탁받았다’고 밝힌 부모는 11%에 달했다.
니시노 미치코 도요대 교수(가족사회학)는 자녀의 구직 활동에 간여하는 부모가 느는 이유와 관련, “아이가 취업이 실패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부모의 부담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가 노동 조건이 열악한 ‘블랙 기업’에 취직할까 봐 우려하는 부모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