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어 도박사이트 운영한 딸, 징역 5년→2년6개월 감형

입력
2024.02.13 21:03
항소심, '608억 범죄수익 은닉' 인정 안해
재판부 "빼돌린 증거 불충분"

아버지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구속되자, 뒤를 이어 운영하던 여성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받았다. 600억여원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가 '증거 불충분'으로 인정되지 않아서다.

광주지법 형사3부(부장 김성흠)는 13일 도박 공간개설,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3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초 608억 원에 달했던 추징금 역시 15억 2,000만 원으로 삭감됐다.

A씨는 2018년부터 태국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지난 2019년 2월 구속되자 대를 이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 가족이 운영한 불법 도박사이트는 세계 각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의 실시간 거래가격 평균치와 가격 변동 폭을 두고 이용자가 일정 배율(1~100배)로 베팅하면,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들은 거래가 평균치를 임의로 조작하는 방식을 통해 4,000억 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을 얻었다.

A씨는 아버지의 변호사비 마련 등을 위해 자매와 함께 비트코인을 환전하던 중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하며 비트코인 1,798개를 압수했는데, 압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틈을 타 비트코인 1,476개(608억 원 상당)를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이 과정에 '형사 사건 브로커' 성모(63)씨가 관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압수 도중 사라진 비트코인을 A씨가 빼돌린 것으로 보고 608억 원 전액을 추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형량이 크게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비트코인이 사라지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한 1심의 징역형과 추징금이 무거워 부당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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