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임기가 끝나는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13일 밝혔다. 다음 회장으로는 '돌아온 MB맨'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추천됐다. 이변이 없다면 윤 전 장관은 27일 정기총회에서 바통을 이어받는다.
구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무협 임시 회장단 회의에서 LS그룹 이사회 의장 역할에 전념하기 위해 회장직을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LS그룹이 투자증권 회사 인수, 새만금 이차전지 공장 투자 등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시기에 이사회 의장 역할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한일 경제계 교류 확대를 위한 역할과 고려대 발전위원장 등 챙겨야 할 일이 많아 무협 회장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구 회장은 올해 들어 적임자가 있으면 회장 연임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그는 2021년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 출신으로 31대 무협 회장을 맡은 지 3년 만에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게 됐다.
한편 무협 회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차기 회장으로 윤 전 장관을 추천했다. 윤 전 장관은 재무부 국제금융국장, 대통령 경제비서관·정책실장, 관세청장, 재경부 차관, 산업부 장관 등을 맡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낸 MB의 경제 분야 최측근 인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7인의 특별고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구현모 대표 뒤를 이을 KT 최고경영자(CEO) 선발 과정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무협은 △이희범(26대) △사공일(27대) △한덕수(28대) △김인호(29대) △김영주(29·30대) 전 회장 이후 다시 전직 장관 출신 관료를 회장으로 맞이하는 셈이다.
무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무역과 통상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제와 금융 정책을 두루 다뤄본 분"이라며 "폭넓은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급변하는 통상 환경과 공급망 재편, 각종 규제 해소 등 한국 무역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윤 전 장관과 함께할 차기 부회장 후보로는 이인호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협은 16일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를 열어 회장 후보 추천을 확정한 뒤 27일 정기총회에서 윤 전 장관을 무협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