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데뷔한 지 5개월 만에 몸집을 세 배 가까이 불린 기업이 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얘기다. 인공지능(AI) 열풍을 등에 업은 반도체 기업들 주가가 고공 행진 중인 가운데, 시장에선 Arm을 최대 수혜주로 꼽는 분위기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Arm은 전장보다 29.3% 오른 주당 148.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 47.9% 폭등 이후 급등세를 이어간 결과로, 이달에만 상승률이 111%에 이른다. 지난해 9월 기업공개(IPO) 직후 주가가 50달러대였던 걸 감안하면, 5개월 사이에 몸값이 약 3배나 껑충 뛴 셈이다. 시가총액도 1,530억 달러(약 203조 원)로 불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대표적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1,270억 달러), 미 최대 통신 기업 AT&T(1,210억 달러)를 가볍게 제쳤다"고 전했다.
AI 열풍에 힘입은 실적이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Arm은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자 올 1분기 매출을 8억5,000만~9억 달러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약 7억8,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다. 주당 순이익(EPS)도 시장 예상(21센트)을 상회하는 28~32센트로 추정했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에 "AI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Arm이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이끌던 AI발(發) 반도체 훈풍에 합류했다고 평가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낙관적인 성장 기대에 힘입어 Arm은 엔비디아나 AMD보다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뜻)에도 불구,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AI 관련 주식이 됐다"고 짚었다. 올해 들어 주가가 46% 급등한 엔비디아는 이날도 장중 3% 오르며 740달러를 돌파, 시총 1조8,300억 달러를 기록해 구글 모기업 알파벳(1조8,200억 달러)과 아마존(1조8,100억 달러)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3위까지 올랐다. 다만 장 후반 차익 실현 매물에 눌려 주가 0.16% 상승으로 장을 마감, 다시 5위로 복귀했다.
다만 Arm 질주의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당장 다음 달 12일 IPO에 따른 180일 보호예수(락업)가 만료돼 매도 물량이 시장에 대거 풀린다. 보호예수란 대주주 등이 상장 당시 일정 기간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제도다. 2016년 Arm을 인수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Arm 발행 주식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CNBC는 "락업 기간 만료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첫 매도 기회를 갖게 되는 내달, 주가 향방을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