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發 반도체 판도 변화… 한국 기업 돌파구 돼야

입력
2024.02.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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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인공지능(AI) 분야에 새 장을 연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 기반을 뒤흔들 야심 찬 계획을 공개했다. 7조 달러(약 9,300조 원)를 투자해 독자적인 AI반도체 생산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반도체 산업은 2000년대 이후 범용 CPU와 메모리의 대량생산에서 특정 목적에 맞춘 반도체를 주문 생산하는 것으로 다변화하면서,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위탁생산(파운드리)으로 기능 분화가 이뤄졌다. 그 결과 AI반도체로 불리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설계하는 미국 엔비디아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가 각 분야 1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GPU 생산이 글로벌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서, 오픈AI 성장에 최대 걸림돌이 된 상황이다.

올트먼은 이를 타개하고자, 수년 안에 10여 개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도체 생산기반 상당수가 해외에 있는 것을 불안해하는 미국 정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미국 혼자 이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올트먼의 계획에서 7조 달러를 모으는 것이 가장 쉬운 부분’이라며 비관적으로 보도했을 정도다.

현재 전 세계에서 첨단 AI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인텔, TSMC, 삼성, SK하이닉스 정도다. 올트먼이 조성하려는 생산시설이 성공하려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세계 1위 반도체의 위상을 잃은 한국으로서는 재도약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특히 TSMC는 미국과 대만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 작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AI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90%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관련 투자를 적극 늘리는 대만과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정부도 관련 인력 공급 증원 등 적극적 지원방안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