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다가온 A매치, 거액의 위약금… 고민 깊어지는 축협

입력
2024.02.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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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협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높지만
현실적 여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15일 전력강화위서 해임 여부 재논의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단순히 감독 한 명을 경질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축구협회는 13일 오전 10시 김정배 상근 부회장 주재로 임원진 회의를 열어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한 리뷰와 대회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본래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정례 임원회의였지만,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이 갑작스레 불참 통보를 함에 따라 임원진 회의로 대체됐다.

회의에는 김 상근 부회장 외에 장외룡·이석재·최영일 부회장,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 정해성 대회위원장, 이정민 심판위원장, 이임생 기술위원장, 황보관 기술본부장, 전한진 경영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임원진 회의는 약 2시간 반 동안 이어졌으며, 클린스만 감독 해임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축구협회 내부적으로도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가 적지 않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 해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축구협회는 이날 회의 내용을 기반으로 15일 오전 11시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전력강화위)를 개최해 다시 한번 감독 해임 여부를 논의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력강화위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클린스만 해임 시 한 달 내 새 감독 선임해야

감독 해임에 앞서 축구협회의 가장 큰 고심거리는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2차 예선이다. 당장 3월부터 A매치 기간이 시작되는데, 일정상 내달 18일에 대표팀을 소집하고, 21일(홈)과 26일(원정)에 태국과 두 차례 경기를 치러야 한다. 만에 하나 전력강화위가 감독 경질 결정을 내린다면, 전력강화위가 집행부 보고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절차를 최대한 서둘러 내주쯤 최종 결정을 한다 해도 후임 감독을 한 달 이내에 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려면 전력강화위가 후보군을 구성하고, 우선 협상 순위에 따라 개별 협상을 진행한 뒤 계약기간과 금액을 확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3개월 남짓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자칫 감독 없이 A매치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월드컵 예선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소 60억 원에 달하는 거액 위약금도 걸림돌

거액의 위약금도 큰 걸림돌이다.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일 경우 잔여 임기 연봉을 모두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클린스만 감독 연봉은 약 220만 달러로 추정된다. 약 29억 원이다. 계약 기간이 2026년 7월 북중미 월드컵까지라 남은 기간 연봉을 계산해보면 축구협회가 물어줘야 할 위약금은 60억~70억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온 코팅 스태프 등에게 지급할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손실 비용은 100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는 올해 축구협회 예산(1,876억 원)의 약 5.3%에 달한다.

축구협회 예산 중 855억 원이 천안에 들어설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 예산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제외한 실예산에서 위약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높아진다. 게다가 축구협회는 올해 초 축구종합센터 건설비 충당을 위해 은행에서 300억 원을 대출받아 향후 10년간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총 39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잖아도 예산이 빠듯한데, 위약금으로 큰돈을 물어줄 경우 적잖은 손해를 감수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앞장선 정몽규 회장과 뮐러 위원장 또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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