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 잡으랬더니…80대 부친 '유령 직원'으로 채용한 회계사

입력
2024.02.13 13:06
12개 중소형 회계법인 점검 결과
10개사에서 부당 거래 혐의 확인
횡령·배임 등 수사 기관에 통보


상장사의 회계상 부정을 감시해야 하는 회계사들이 고령의 부모, 동생 등 가족을 직원으로 허위 채용하고 수천만 원의 급여를 줬다가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감사인 감리 대상 중소형 회계법인 12개를 점검한 결과 10개 회사법인에서 이 같은 부당 거래 혐의가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금감원은 등록 회계법인 41개 중 대형 회계법인 4개는 2년마다, 37개 중소형 회계법인은 3년 주기로 점검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회계사 55명이 50억4,000만 원에 달하는 부당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법인 이사 A씨는 81세 아버지를 거래처 관리 담당 직원으로 고용하고 급여로 8,3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출입기록과 지정좌석이 없고 담당업무가 불분명해 확인 가능한 업무수행 증빙은 없었다.

회계사 또는 가족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와 용역계약을 맺고 법인의 자금을 빼돌리는 사례도 확인됐다. 회계법인 이사 B씨는 금융상품가치 평가에 필요한 금융 시장정보를 본인의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고가에 구입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 정보는 금융시장정보 제공사에 회원 가입만 하면 300만 원에 사용할 수 있지만, 해당 회계법인은 이를 무려 1억7,000만 원에 구입했다.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대부업체를 차리고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를 수취한 사례도 적발됐다. C 회계사는 본인이 대표이사인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회계법인에 입사했다. 그의 대부업체는 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면서 당시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2021년 7월부터 연 20%)를 책정하는 한편, C회계법인에 별도의 수수료 4.3%를 낼 것을 요구했다. 경영 자문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최고금리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금감원은 소속 공인회계사의 횡령‧배임 혐의는 수사기관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공인회계사법 및 대부업법 위반혐의는 한국공인회계사회 및 지방자치단체 등 소관기관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상장법인 감사인 등록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회계법인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하는 회계사들이 상장법인 감사업무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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