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대선을 통해 재집권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동맹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 독려' 발언에 같은 편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안 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돕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가 침공하게 부추기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지적한 것. 공화당 대선 후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폭력배의 편을 든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에서 사퇴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것이 내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말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수로 나선 헤일리 전 대사는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정적을 살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돕는 발언"이라며 "폭력배의 편을 들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번 발언으로 같은 편인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발생할지 모르는 안보 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로이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말을 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랜드 폴 상원의원도 "어리석은 말"이었다고 지적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보좌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국은 나토 회원국으로서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방어해 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 실패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콘웨이 유세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 나토 관계자들과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소개하며 문제의 발언을 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거나,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을 공격해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