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저출산위 부위원장 임명... 대통령실 "민생으로 승부 건다"

입력
2024.02.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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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설 연휴에 주형환 전 산업부 장관 인사
KBS대담 논란 해명보다 민생 메시지로 승부수
尹, 설 연휴 직후 민생토론회 수도권서 전국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고령화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에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12일 기용했다. 학자 출신 김영미 부위원장에서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주 전 장관으로의 교체는 설 연휴 이후 윤 대통령이 '민생'에 올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KBS 신년 대담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일방 소통' 논란에 끌려갈 수 없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 부위원장 인선을 발표했다. 차관급인 상임위원에는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기용했다. 이례적으로 설 연휴 마지막 날 인선 발표를 한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히는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주 부위원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윤 대통령이 원하는 성과를 낼 적임자로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주문에도 저출산위에서 이에 상응할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저출산위 내부에서는 예산과 정책 결정권이 없는 위상의 한계를 호소했지만, '주도적 실행력'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의식한 듯 주 부위원장은 이날 인선 소감 발표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 지자체라든가 여러 단체들이 해야 될 정책과 그에 따른 성과지표는 뭔지 정하겠다"며 "그것을 주기적으로 이행하고 또 달성하는지 여부를 점검해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 어떻게든 성과를 내는 게 관료들이 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 직전 국민과의 소통 형식이 KBS와 대담이었고, 내용 또한 비판적 반응이 더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인사는 향후 국정운영의 방점을 '민생'에 찍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도 별도 브리핑을 통해 "설 연휴간 민심을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결국은 민생이라며 앞으로 민생 중심의 국정 운영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간 수도권에서 진행한 민생 토론회를 전국으로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

물론 대통령실은 KBS 대담 이후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 해명 등에 대한 여론의 반향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고위관계자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KBS 대담을 통해 보수 진영이 가지고 있던 불안과 불만은 해소된 효과가 있었다"며 "대다수 국민들은 김 여사에 대한 끝없는 공세보다는 정부가 이미 발표했거나 앞으로 발표할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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