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로 내려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공 행진 하는 가공식품 물가에다, 들썩이는 설탕 가격과 국제유가로 물가 상방 압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서다. 고금리와 체감물가 부담에 따른 소비 부진은 경기회복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뛰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로, 지난해 10월부터 네 달 연속 6%대를 기록 중이다. 하락 속도도 더뎌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포인트(3.22.8%) 떨어질 동안 식료품 물가는 0.1%포인트 내려오는 데 그쳤다.
식료품 물가의 고공 행진을 이끄는 건 과일이다. 지난달 과일 물가는 26.9% 올라 2011년 1월(31.2%)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주요 식료품인 우유·치즈·계란(4.9%), 채소(8.1%), 과자·빙과류(5.8%)의 상승률도 높은 편이다.
상승폭을 키우는 설탕 가격은 식료품 물가 불안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설탕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20.3% 뛰었다. 2022년 9월(20.7%)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치다. 설탕을 쓰는 과자‧빵‧아이스크림 가격이 연달아 오를 수 있다는 슈거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졌던 때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설탕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6월까지 10%대에 머물다가 같은 해 7월 3.9%까지 떨어진 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정학적 우려로 출렁이는 국제유가도 물가 상승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지난해 2월 국제유가가 하락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달 물가 상승률은 그 기저효과 여파로 지난달보다 오를 공산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제유가 등이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2, 3월 물가가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계속되는 고금리에다, 생활 물가 중심으로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도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보다 1.4% 줄었다. 카드 대란 사태가 있었던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고물가‧고금리 현상 지속,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 여파로 소비심리 개선세가 미약하다”며 “소비 부진이 경기 회복세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