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은 비닐 코팅 때문에 일반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 종이팩은 일반팩(우유팩)과 멸균팩으로 세분되는데,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이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 일반팩과 멸균팩을 따로 분리해서 각각 재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주민센터나 매장에서 종이팩을 따로 모으는 사업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택배를 활용해서 모으기도 한다. 이렇듯 종이팩은 일반적인 분리배출 체계가 아닌 특별한 방법으로 모아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수십 년째 이어지다 보니 재활용률이 10%대 처참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종이팩을 펼쳐서 주민센터로 가져가는 시민 실천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주민센터로 가져가지 않는 시민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쉬운 길을 놔두고 실천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왜 실천을 하지 않느냐고 시민들을 타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종이팩을 거점에서 따로 모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종이팩은 종이 재질의 음료를 담는 '용기'다. 페트병, 유리병, 금속캔 등과 마찬가지로 음료를 담는 용기의 한 종류다. 용기는 어떤 식으로 재활용이 되고 있는가? 시민들이 용기를 분리배출하면 선별장에서 종류별로 선별한 후 재활용 업체로 보낸다. 유리병은 백색, 녹색, 갈색 색깔별로 선별을 해야 유리병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금속캔도 철캔과 알루미늄으로 선별한다. 페트병도 투명한 병과 색깔이 있는 병으로 선별하고 기타 플라스틱 용기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재질별로 선별한다. 금속캔을 분리배출할 때 철캔과 알루미늄캔으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플라스틱도 재질별로 배출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면 나쁘지는 않지만 품목 분류가 너무 복잡해지면 시민들이 실천하기 어렵다. 그래서 분리배출 단계에서는 대분류로 품목 분류를 간소화한다. 따라서 종이팩도 종이팩으로 분리배출한 후 선별장에서 종류별로 선별하면 된다.
아파트에서는 분리배출 품목에 종이팩을 추가하면 된다. 종이팩 분리배출 마대를 따로 설치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다만 종이가 아닌 용기이기 때문에 폐지 선별업체가 아니라 용기수거 업체에서 수거한 후 일반팩과 멸균팩 선별업체로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는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 실적신고를 할 때 종이팩 실적을 반드시 신고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주택의 경우는 캔, 유리병 등과 함께 종이팩을 혼합배출하면 지자체 선별장에서 종이팩 선별 후 일반팩과 멸균팩 선별업체로 보내면 된다. 환경부는 지자체 선별장에서 종이팩을 선별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종이팩을 일반팩과 멸균팩으로 선별하는 것은 쉬울까? 자동선별 시설을 설치하면 된다. 자동선별할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은 특별할 게 없다. 이미 가동되고 있는 곳도 있다. 권역별로 전국에 5개 정도만 설치해도 충분하다. 20억 원 정도만 투자하면 가능하다. 이렇게 하라고 만든 제도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아닌가? 선별장 컨베이어벨트 위 선별을 표준공정으로 생각하면 종이팩은 번거롭게 펼칠 필요 없이 잘 씻은 후 용기째로 배출하면 된다. 종이팩을 펼치면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일반팩과 멸균팩이 쉽게 겹쳐져 자동선별을 오히려 방해한다.
종이팩을 특별 취급하지 말라. 시민들이 깨끗하게 씻어서 분리배출하면 나머지는 선별 단계에서 지자체와 생산자들이 해결하면 된다. 이미 깔려 있는 시스템에 종이팩이라는 숟가락만 얹으면 된다. 이게 어려워 수십 년을 헤맬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