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머스크의 스타링크, 러시아군이 사용”… 미국 지원 청신호도

입력
2024.02.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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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거래 없었다"... 러 '꼼수' 가능성
미 상원, '우크라 80조 원 지원' 법안 재추진
전쟁 2년 앞두고 웃는 러시아, 복잡한 우크라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시스템 '스타링크'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은밀히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은 좌초 위기에 몰렸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한 발짝 다시 다가섰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은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스타링크 위성 통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음성 감청 자료를 공개했다. 안드리 유소우 군사정보국 대변인도 "러시아군이 이러한 장치(스타링크)를 사용한 사례가 확인됐으며, 이는 체계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가 만든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현재 우크라이나군 통신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통신망이 파괴된 뒤,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 측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셈이다.


머스크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우리가 아는 한, 러시아에 직·간접적으로 판매된 스타링크는 없다"고 반박했다. 스타링크도 엑스를 통해 "스페이스X는 러시아 정부 또는 군대와 어떤 종류의 거래도 하지 않는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에서 비활성화되어 있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가디언은 머스크와 엑스의 성명과 관련, "러시아군이 그것(스타링크 단말기)을 입수해, 우크라이나 영토 내 점령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통신 등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원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재시동을 걸었다. AP통신은 이날 상원이 60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 이스라엘·인도태평양·가자지구 등에 총 953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 재추진을 67대 27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공화당 의원 18명이 동참한 결과다. 법안은 이제 상원 최종 표결 단계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공화당의 기류 변화를 보여 준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미국 국경 문제와 연결시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탓에, 지난 7일 안보 패키지 법안은 상원에서 폐기될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국경 통제 문제를 별도로 분리하면서 돌파구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비축한 포탄을 대부분 소진한 우크라이나로선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우크라이나 원조를 계속 반대하는 만큼, 공화당 우세인 하원에서도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그럼에도 "전쟁 패배 가능성이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일 미국의 극우 언론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끝없는 동원과 히스테리, 국내 문제들은 조만간 합의로 귀결될 것"이라며 러시아 우위 협상에 따른 종전을 확신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내부 갈등에 휩싸이는 등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지휘해 온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경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더십 재설정이 필요하다"며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사령관을 후임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