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60만 '충TV'가 쏘아 올린 공… 지자체 유튜브 홍보 열전

입력
2024.02.13 04:30
12면
'대구TV' 구독자 10만 돌파, '실버 버튼' 수상
광역단체 중에선 경북 '보이소TV' 단연 선두
지역 정체성 담고, 허위정보 견제장치 갖춰야

올해 초 대구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대구시의 공식 유튜브인 ‘대구TV’가 구글 본사로부터 ‘유튜브 실버 크리에이터 어워즈(실버 버튼)’를 받은 것이다. 구독자 10만 명을 넘긴 유튜브 채널에 주어지는 실버 버튼 수상은 광역단체로는 서울과 경북에 이어 대구가 세 번째다.

12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성과는 시가 시민 공감형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해 이뤄낸 결과물이다. 시는 2022년 7월 민선8기 출범과 함께 뉴미디어담당관실을 신설했는데 1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대구TV의 간판 콘텐츠는 실·국장이 직접 출연해 주요 정책을 설명하는 ‘뉴스브리핑’과 ‘기사설명회’다. 현안과 이슈를 소개하는 ‘뉴스룸’도 지역 궁금증 해소에 한몫했다.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강연 ‘대구를 말하다(Talk And Daegu·TAD)’와 대구의 근대 기업을 다룬 ‘경제신화 도보길’, 군위 편입을 계기로 제작된 ‘군위에 빠지다’ 등도 시민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지난해 신설한 TAD의 경우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커피 전문점인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의 김현준 대표가 ‘편견에서 극복으로’란 주제로 강연해 7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20여 편의 제작물을 통해 온라인 명사 특강으로 자리 잡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00만 구독자를 목표로 다양하고 유익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 지자체들을 유튜브로 끌어들인 원조는 ‘B급 감성’으로 유명세를 탄 충북 충주시의 ‘충TV’다. 2019년 4월 문을 연 충TV는 충주시 홍보담당관실 김선태 주무관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meme·인터넷에서 모방하며 퍼져 나가는 유행)’이나 챌린지 영상 등을 활용해 기획과 섭외, 촬영, 편집을 도맡으며 독보적인 유튜브 채널로 자리를 굳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홍보 혁신사례로 언급하기도 한 충TV는 이달 초 구독자 60만 명을 넘었다. 20만여 명인 충주시 인구의 3배로, 공공기관 유튜브 가운데 구독자가 가장 많다.

충TV의 성공을 본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시장에 가세한 가운데 광역단체 중에서는 37만4,000여 명의 구독자를 가진 경북도 유튜브 채널 ‘보이소TV’가 선두다. 지난 8일 경북도청에서 ‘인구위기와 미래대응 전략’을 주제로 강의한 이강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의 강연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경북 김천의 김용자(74) 할머니가 나온 “70살에 배운 한글, 오늘도 친구와 카카오톡을 한다”는 내용의 2분 36초짜리 영상도 큰 화제를 낳았다.

서울시는 아예 직원 중 서울을 알릴 유튜버를 뽑았다. 1대 ‘서튜버(서울시 유튜버)’로 선발된 정규현 주무관은 이달 초 ‘서울시 DDP 굿즈샵 편’에서 “데이트를 약속했다가 차였다”고 털어놓는 솔직한 감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가상의 유튜버를 뜻하는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시장에도 지자체들이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서울 강서구는 지난해 3월 버튜버 ‘새로’를 선보였고, 전북 익산시도 버튜버 ‘서동’을 통해 역사 유적지와 관광지, 맛집을 알리고 있다.

지자체 유튜브는 클릭 수만 높이려는 일반 유튜브 채널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청사진을 담아야 하고 저작권과 사생활 침해, 허위 정보에 대한 자체 견제장치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