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돈 안 내면 러시아가 침공해도 보호 안 한다”

입력
2024.02.11 16:41
재선 후 방위비 분담금 논란 재점화 예고
"러, 마음대로 하도록 격려할 것" 극단 발언
백악관 즉각 반발 "끔찍하고 정신 나간 짓"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논란을 재점화하겠다고 예고했다. 분담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러시아가 나토를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극단 발언까지도 내뱉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콘웨이 유세장에서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 나토는 고장나 있었다”며 “나는 (나토 동맹국에) ‘모두가 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방침을 나토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 관계자들이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미국은 우리를 보호하는가”라고 묻자 “결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침공해도 방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보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대화에서 '러시아의 나토 침공을 격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나토 관계자들에게 “나는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다. 당신들(나토)은 당신들이 갚아야 할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CNN은 “이 발언은 그가 재선될 경우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나토 동맹국을 방어할 의지가 없다는 가장 직접적인 암시”라고 짚었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납부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나토는 각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총 2%를 분담금으로 지출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데, 회원국 30개국 중 20개국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목표는 구속력이 없는 지침에 불과하고 나토 회원국들은 공동 예산안에 따른 몫은 지불하고 있어서, 양측은 이 문제를 두고 거듭 대립했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엔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사람을 죽이려 드는 정권(러시아)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침략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일이며, 미국의 안보, 세계 안정, 미국의 국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을 촉구하고 혼란을 조장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 이익을 옹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