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미국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의 도발이 계속되고, 만약 그들이 점점 더 위험해진다면 나는 북한 지도부가 그들의 국가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핵실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라면서도 "하지만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체고라 대사의 '북한 핵실험 가능성' 발언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일 러시아 매체인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역내에서 도발적 움직임을 계속한다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는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사흘 만에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가 북한의 핵실험 전제조건을 '미국의 도발'이라고 규정한 것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를 압박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힘쓰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을 이용해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산 무기를 대량 공급받아 우크라이나 공습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체고라 대사는 러시아의 북한산 무기 공급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미국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압박하려고 러시아의 북한 무기 구매 의혹을 언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한국 측에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어 "(서방의) 히스테리의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직접 공급하게 유도하려고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이런 도박에 굴복하지 않기를 무척 희망하고, (만약 지원한다면) 이것은 광범위한 결과로 이어지는 매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