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또 다시 사과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의 아픔을 뒤로하고 소속팀으로 돌아간 이강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시 한번 축구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인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이 아시안컵 우승 목표를 이루지 못해 사과 릴레이를 펼치는 가운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만 아시안컵 4강 진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강인은 10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한 달 동안 아시안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수들, 코칭스태프들, 지원 스태프들 함께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해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썼다.
이어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축구 팬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기대와 성원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축구 팬 여러분께서 실망하셨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희 대표팀을 믿고 응원해 주신다면 저희는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구성원으로서 모두 한 마음 한 팀이 되어 경기장에서 더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소속 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헌신적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 한 발짝 더 뛰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나서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조별리그부터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이며 고전했고, 토너먼트에 돌입해서도 시원한 승리 대신 연장까지 가는 힘든 승부에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에게 끊임없이 제기됐던 '전술 부재' 및 선수 기용 문제 등이 뚜렷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여론은 극을 향해 치달았다.
이강인은 이번 무대를 통해 아시안컵에 데뷔해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달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로 출전해 1-1로 팽팽하던 후반 멀티골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요르단과 2차전(2-2 무)에선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헤더 골을 도왔고, 3차전 말레이시아전(3-3 무)에선 1-2로 뒤지던 후반 프리킥 골로 동점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 호주와 8강전을 거치면서 상대의 철저한 마크에 고전했다. 조별리그부터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해 거의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은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고, 특히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에 공격 루트가 읽히는 등 발이 꽁꽁 묶였다.
이강인은 지난 7일 요르단과 4강전(0-2 패)에 패해 탈락했을 때도 사과를 전했다. 그는 "선수들과 감독님이 아닌 나를 질책해 달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한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제외한 해외파 선수들은 SNS를 통해 아시안캅 4강 탈락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은 지난 8일 소속 팀으로 돌아가자마자 SNS를 통해 또 다시 자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셨던 아시안컵 대회를 치르면서 온통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사 인사가 너무 늦어졌다"며 "경기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지만 잘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말 많은 사랑(을)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대한민국 축구 선수임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손흥민은 앞서 요르단과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얼굴을 감싼 채 괴로워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주장으로서 너무 부족했고, 팀을 이끄는 데 부족함을 느끼는 대회였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소속 팀으로 복귀한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도 9일 SNS를 통해 팬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그는 "긴 대회 기간 같이 고생해 주신 선수들 코치진분들 그리고 항상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국가를 대표해서 경기를 나가는 선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를 뛸수록 더 발전해야겠다고 느낀다"면서 "응원해 주시는 만큼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회 기간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사과보다 성과에 집중했다. 그는 요르단전 이후 공식 기자회견과 인천공항 귀국 기자회견에서 "아시안컵에서 많은 드라마를 썼고, 16강과 4강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4강 탈락은 실패가 아니다", "요르단전 전까지는 (A매치) 13경기 무패였다. 지난 1년 동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