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 속에 3인칭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PUBG·배그) 장기 흥행 성과를 본 크래프톤이 미소 짓고 있다. 인도에서 모바일 버전이 재출시된 후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도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4분기 실적 부진으로 빛이 바랬고 넷마블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탈출했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①크래프톤은 지난달 공시한 2023년 실적에서 연결기준 매출 1조9,106억 원, 영업이익 7,680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3.1%, 영업이익은 2.2%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2020년 기록한 7,739억 원에 육박한다. 4분기만 놓고 보면 2022년 4분기 대비 매출이 12.8%, 영업이익은 30.3% 치솟았다.
'아직도 잘나가는' 배틀그라운드의 힘이 컸다. 개인용컴퓨터(PC)·콘솔 부문 매출이 37% 늘었고 12월 최대 동시접속자 수가 연중 저점 대비 70% 상승했다. 12월 출시한 신규 맵 '론도'가 흥행을 이끌었다. 모바일 버전은 인도에서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2022년 7월 인도 시장에서 쫓겨났다가 지난해 2분기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로 돌아온 뒤 12월에 역대 최대 월매출을 기록했다. 배그 인도의 화제성은 재출시만으로 지난해 전 세계 구글 검색 게임 순위 4위를 기록한 걸로 증명된다.
8일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4년에도 배틀그라운드의 IP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프랜차이즈 전략을 통해 글로벌 IP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연간 실적을 공개한 ②넥슨은 지난해 연간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1N'의 지위를 탄탄하게 다졌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넥슨은 8일 공시를 통해 2023년 매출 3조9,323억 원, 영업이익 1조2,51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2년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는 웃지 못했다. 이 기간 넥슨의 영업이익은 405억 원에 그쳐 2022년 4분기 대비 59% 감소했다. '메이플스토리'의 프로모션 영상에 포함된 '집게손 표현'이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에 시달리며 마케팅을 축소하고 매출에 손실을 입었다. 지난달 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된 과징금 116억 원도 4분기 실적에 일회성 비용으로 먼저 반영 처리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지난해 4분기에 예상치 못한 이슈로 발생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23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기록적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3월 일본법인 대표로 취임 예정인 이정헌 대표는 "넥슨은 2024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존 프랜차이즈에 다양한 업데이트를 이어갈 것"이라며 "신규 게임 출시를 통해 진취적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날 실적을 공개한 ③넷마블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649억 원, 영업이익 177억 원을 기록했다. 7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진 적자 행진을 마감한 것인데 지난해 9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 효과를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세븐나이츠 프랜차이즈에 접근성이 높은 일명 '방치형 게임'의 게임성을 적절히 결합하면서 비교적 장기간 흥행에 성공했다. 2023년 연간 기준으로 매출은 2조5,014억 원으로 6.4% 줄었고 영업손실은 696억 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에선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과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 기대감이 높은 게임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4분기 턴어라운드로 재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2024년은 기대작 출시가 예정된 만큼 게임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실적을 공개한 ④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이 1조7,798억 원, 영업이익 1,373억 원으로 2022년 대비 각각 31%, 75% 줄어든 실적을 받았다. 특히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39억 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벗어난 실적을 보였다. 장기 흥행작 '리니지' 시리즈의 성적이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 줄어드는 가운데 12월에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의 성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 때문에 8일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도 흥행 신작 부재와 경영에 대한 비판적 지적이 쏟아졌다. 엔씨소프트는 "경영 및 의사 결정 체계의 효율성을 신장하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노력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