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방송된 KBS 신년대담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사건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가방 수수 및 보관 경위에 대해선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최재영 목사는 "정치공작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시민단체들도 윤 대통령 지지 여부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당사자인 최 목사는 8일 통화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쓰레기를 버린 장면을 포착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것처럼, 나는 그 대상이 영부인이었을 뿐"이라며 "부정부패를 포착하고 이를 폭로한 것인 만큼 오히려 공익제보자로 대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미국이나 한국 정당에 가입해 본 적도 없는데 정치적인 사람으로 못 박고, 이를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김 여사를 접견한 수많은 사람들도 정치공작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대담 방식에 대해서도 "사건 연루자가 몰카·정치공작으로 규정하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성향에 따라 극명한 온도차가 났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명품가방 수수를 선거를 앞둔 시점에 터뜨린 정치공작으로 왜곡했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피신고인인 대통령 스스로 사건 조사를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여사가 받은 금품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설명하지 않은 반쪽짜리 대담"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끝내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면서 "부인에게 박절하게 굴 수 없다는 대통령은 유독 국민에게만은 박절하게 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권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이 불편한 질문을 받고도 소신있게 답했다고 옹호했다. 김 여사의 팬클럽 '건사랑'의 한 회원은 "조리 있고 안정적으로 이야기할 만큼 평소 생각을 잘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스스로 조심했어야 했다고 하는 부분에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일부 유튜버가 김 여사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실추시킨 점을 들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실제 건사랑 측은 이날 서울 서초경찰서에 유튜버 등 21명을 김 여사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