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정치공작”이라고 밝혔다. 다만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라면 조금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 입장에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며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직접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가 관련 의혹을 공개한 지 3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아쉽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김 여사가 최 목사를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몰래카메라(몰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는 이유를 상당 시간을 들여 해명했다. 대담 녹화는 사흘 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라며 “(몰카) 그런 걸 검색하는 검색기를 (아내 사무실) 거기다가 설치할 수가 없었다. 그걸 설치하면 복도가 막혀 가지고 주민들한테 굉장히 불편을 준다”고 말했다. 최 목사를 만난 이유에 대해선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최 목사가)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시계에 이런 몰카까지 들고 와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렇게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를 (국민들이)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또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고도 했다.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할 경우 야당의 거센 공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시스템의 문제보다는 처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관저에 가서 그런 것이 잘 관리될 뿐만 아니라 선을 분명하게 해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그런 부분들을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국민들 걱정 안 하시도록 사람을 대할 때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부부싸움을 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전혀 안 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명품백을 왜 돌려주지 않았는지, 관리 대장은 존재하는지, 언제 신고했는지 등 논란의 핵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의구심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반환 예정 품목'으로 분류돼 대통령실 창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