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하다 미국 정부에 40억 배상한 건설사들…과징금도 9억

입력
2024.02.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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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발주 공사 입찰서 3년간 담합
공정위, 건설사 7곳에 과징금 9.3억 부과

주한미군이 발주한 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건설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미국 법무부에 310만 달러(약 40억 원)를 배상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도 받게 됐다.

공정위는 주한미군 극동공병단이 발주한 시설유지보수공사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한 건설사 7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2,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7일 밝혔다. 담합을 벌인 건설사는 서광종합개발성보건설산업, 신우건설산업, 우석건설, 유일엔지니어링, 율림건설, 한국종합기술 등이다.

주한미군 대상 시설유지 보수 공사 입찰을 따내기 위해선 ‘사전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들 업체는 이 심사를 통과했고, 이후 ‘순번제 담합’을 통해 이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건설사는 2016년 8월 식당에 모여 주한미군 극동공병단 발주 공사 28개를 각자 한 번씩 돌아가며 낙찰받기로 합의했다. '제비뽑기'로 낙찰 순번을 정했고 낙찰 예정자가 정해지면 나머지 업체들은 입찰에서 일부러 높은 가격을 써내 ‘들러리’를 섰다.

이런 짬짜미는 2016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23건의 입찰이 진행되는 동안 반복됐다. 주한미군 극동공병단이 발주한 공사들은 부대 내 노후건물, 급수시설 등 보수공사를 하는 공사로, 사업비만도 한 건당 30억 원 이상이었다.

미 법무부와 국방부는 이들 업체의 담합으로 인해 미군이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게 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제재를 결정, 2022년 5월 31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러한 담합 행위는 국내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벌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 피해가 외국에까지 미치는 경우 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카르텔 예방 교육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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