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특히 외식 물가가 많이 올랐다. 냉면과 자장면, 피자는 물론, 칼국수, 김밥, 김치찌개 백반까지 모조리 뛰었다. 1만 원에 한 끼 채우기도 어렵다. 가족 외식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물가 상승에 따라 생계비도 급등하고 있다. 이 때문에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야 할 것 없이 민생 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물가가 최대한 빨리 안정되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미흡하다고 비난했다.
고인플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생긴 글로벌 현상이다. 이에 따라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인플레 현상에 대한 각국 대응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물가 규제, 보조금 지원, 유자녀 가족에 대한 생계비 지원, 공공부조 급여의 일시적 인상과 수급 조건 완화 등을 소개하는 한편, 적지 않은 분량을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할애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고인플레는 이른바 ‘생계비 위기’ 현상을 초래한다. 생계비 위기는 중산층이나 고소득 가구보다 저소득 가구에 더 큰 타격을 가한다. 그래서 사회보장제도의 정확한 ‘표적화’가 중요하다. 이 표적화와 관련, OECD 보고서는 공적 사회복지 현금 급여(18~65세 대상)가 가처분소득 기준 △하위 20% 가구와 △상위 20% 가구, 두 집단에 제공되는 비중을 비교하는 그래프를 소개하고 있다. ‘공적급여’에 해당하는 제도는 공적 연금, 실업급여, 공공부조(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산재 휴업급여, 출산휴가 급여, 육아휴직 급여, 근로장려금, 주거급여, 장애수당 등이다.
이 그래프에서 한국은 ‘하위 20% 가구가 수급하는 공적급여’가 ‘상위 20% 가구의 공적급여’보다 약간 더 많다. 이에 비해, 뉴질랜드 핀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스웨덴 등은 하위 20% 가구의 급여가 몇 배 더 많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가 그런 특성을 보여주는 이유는 유럽대륙국가와 마찬가지로 사회보험방식을 통해서 사회보장제도의 기둥을 설계하였기 때문인데, 사회보험방식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복지국가가 보호해야 할 모델로서 정규직 노동자를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비정규직 등 빈번하게 직장을 옮기는 불안정 노동자들은 ‘복지급여 수급자격’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실업급여의 사각지대는 큰 편이다. 출산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는 주로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수급자다. 반면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거급여 수급자는 한정돼 있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은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자격 완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수급자격을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으로 확장 등 몇 가지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OECD에 따르면 아직도 한국은 비정규직의 복지급여 수급률이 정규직의 수급률보다 현격하게 적은 나라에 속한다.
고인플레 시기에 우리 사회보장제도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비정규노동자와 같은 직업 집단의 사회보험 적용을 향상시켜야 하는 표적화다. 그리고 둘째, 불연속적 고용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포괄하기 위해 정책을 재조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