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가 본격화된 지 만 6년이 지났다. 지금의 대북제재는 탈냉전 이후 각국에 부과된 제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필자 같은 연구자들은 유엔이 공개하는 무역 데이터나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성장률 추정치를 통해 제재 효과를 추론한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죽은 숫자’에 불과하다. 제재는 정책 당국자와 기업, 주민이 체감할 때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외부인이 폐쇄 사회 내부의 체감 효과를 알기란 어렵다. 이 와중에 체감 효과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공개됐다. 통일부가 지난 10년간 축적한 탈북자를 심층 조사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제재 효과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광업과 제조업 분야 기업 가동률이 뚜렷하게 하락했다. 가동률이 60% 밑이라는 응답이 제재 이전(2011~2015) 16.1%에서 제재 이후(2016~2020) 25%로 급증했다. 그런데 제조업 분야 탈북자 대부분은 경공업 종사자들이다. 한은에 따르면 제재 이후 제조업 분야 마이너스 성장은 경공업보다 중화학공업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북한 기간산업(광업ㆍ중화학공업) 가동률 저하폭은 조사자료보다 훨씬 클 것이다.
둘째, 가동률 하락의 핵심 원인이 원자재 공급감소라는 점이 확인됐다. 원자재 부족을 기업 가동의 최대 장애물로 꼽는 응답이 29.7%에서 37.5%로 급등했다. 대북제재는 외화 획득을 차단하는 수출 제재와 자본재 수입을 차단하는 수입 제재로 구성된다. 원자재 공급감소는 외화 부족과 자본재 수입 감소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셋째, 시장 위축도 확인됐다. 생산물 중 시장 유통 비중은 제재 이전 제조업 18.8%, 농업 17.6%에서 제재 이후 각각 14.5%, 12.6%로 감소했다. 반면 국영 유통비중은 48.2%, 47.2%에서 60.9%, 57.4%로 급등했다. 제재로 인해 부족해진 자원을 전략 부문을 중심으로 재분배하려는 ‘재집중화 정책’의 결과로 보인다. 재집중화가 최근 더 강화되고 있어 현재 시장 위축의 정도는 보고서보다 더 커졌을 것이다.
넷째, 시장 위축은 농민과 도시주민의 소득감소로 이어진다. 보고서에서 소득감소를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상인의 판매수입 감소나 사금융 대출에서 생활비용 대출이 늘어난 점 등에서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대북 정보의 힘은 축적에서 나온다. 그간 북한 바로 알기의 보루 역할을 해온 북한 경제‧사회 심층정보 수집 사업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