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돌아서면 필패”… 인도네시아 대선 청년 표심 잡기 막판 총력전

입력
2024.02.07 04:30
대선 출마 후보, 틱톡·인스타 적극 활용 
고양이 사진, 춤영상 올려 젊음·친숙 강조
"문제는 실업"...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동남아시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선거(14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격전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전체 유권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표심을 잡는 쪽이 사실상 승기를 거머쥐는 까닭에 50~70대 후보들은 SNS에서 젊음과 친근함을 과시하며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스킨십 강화하자” 너도나도 SNS 행렬

6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SNS 선거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과 사진 공유 플랫폼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유권자 스킨십 강화다.

최근 틱톡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라보워 수비안토(72) 그린드라당 후보가 팔과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30년간 철권을 휘둘렀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 내각에서 군 요직을 역임한 군부 엘리트 출신 정치인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가를 납치·고문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19년 대선 당시만 해도 마초 이미지로 ‘인도네시아판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던 수비안토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반려 고양이에게 격한 애정을 표현하거나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모습을 SNS에 올리자 인도네시아 청년들은 그를 ‘제모이(gemoy·귀엽고 통통하다는 의미)’라고 부르며 큰 관심을 보였다.

영국 가디언은 “논란이 있는 과거를 가진 군 출신 지도자가 SNS에서 무해하고 인심 좋은 할아버지로 변신했다”며 “틱톡에선 그의 이전 모습을 잘 모르는 청년들이 그를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질세라 집권 여당 인도네시아 투쟁민주당 간자르 프라노워(55) 후보와 전 자카르타 주지사인 아니스 바스웨단(54) 무소속 후보도 SNS 활용에 나섰다. 이들은 “오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봤다”는 등 ‘젊은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거나 K팝 가수 온라인 팬미팅을 차용해 틱톡에서 유권자와 실시간 소통에 나섰다.

유권자 2억 명 중 1억1000만 명이 MZ

이는 MZ세대를 겨냥한 행보다. 인도네시아 전체 유권자 2억500만 명 중 40세 미만이 56.45%(약 1억1,500만 명)에 달한다. 2030 표심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들이 선거 정보를 얻는 주요 통로 역시 SNS(28%)라는 조사(일간 자카르타 글로브)도 나왔다. 대중 매체(16%)와 패널 토론(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청년층 입소문을 타는 게 선거 승리의 비결이라고 본 후보들이 막판 유세 장소로 온라인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후보자들이 SNS 유세로 돌아서면서 선거 비용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지자용 티셔츠, 깃발, 모자를 만드는 대신 (SNS)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선거 캠페인 물품 제작·판매량이 2019년(대선)보다 90% 줄었다”고 전했다.

다만 인기 영합 유세가 청년들을 투표소로 이끌지는 미지수다. 동남아시아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가 지난해 11월 MZ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업(56.1%·복수응답) △빈곤(38.1%) △부패 척결(37.6%)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국가 문제로 꼽았다.

선거가 한 차례로 끝날지도 관심사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유효표의 50%와 33개 주 가운데 최소 19곳에서 20%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수비안토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47~49%로 과반에 다소 못 미치는 까닭에 오는 6월 2위 후보와 결선 투표를 치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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