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떨어지자 '속수무책' 실적 날려 보낸 정유사들…믿을 건 유가 상승뿐?

입력
2024.02.15 08:00
정제마진↓…정유사 4분기 영업이익 감소
연초 기름값 상승 전환에 실적 반등 기대감


2023년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정제마진이 감소하면서 국내 정유사 대부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실적 부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①GS칼텍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48조6,075억 원, 영업이익 1조6,8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 58%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GS칼텍스는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줄어들었다"며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환 평가 이익이 발생해 당기순이익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②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77조2,885억 원, 영업이익 1조9,03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684억 원, 영업이익은 2조134억 원 감소했다. 사업별로는 △석유사업 영업이익 8,109억 원 △화학사업 영업이익 5,165억 원 △윤활유사업 영업이익 9,978억 원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 3,683억 원 △배터리사업 영업손실 5,818억 원 △소재사업 영업이익 11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무엇보다 4분기 들어 석유사업 부문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놓고 볼 때 석유사업 영업손실은 1,652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정제마진의 약세,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영향 등이 반영됐다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했다. 다만 윤활유 사업에서도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효과 등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전국 휘발윳값 리터당 1,600원대 돌파… "유가 계속 오를 것"


지난해 4분기에는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정유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크게 내려갔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1분기 배럴당 7.7달러에서 2분기 0.9달러로 떨어졌다가 3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다시 7.5달러로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는 4.1달러로 다시 하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5달러 수준이다.

다른 정유사들도 실적이 급감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8% 줄어든 35조7,272억 원,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58.3% 감소한 1조4,186억 원이었다. 에쓰오일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 판매 단가 하락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대규모 정기보수와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정유 부문 수익성 축소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했다. ④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7.9% 감소한 6,167억 원으로 정유 4개 회사 중 가장 많이 줄었다.

다만 정유업계는 올해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가 추가 감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과 함께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정제마진은 강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지난해 4분기 업황이 워낙 바닥을 쳤다 보니 그에 따른 기저효과로 개선될 여지가 크다"며 "연말 미국이 혹한기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정유생산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제품 공급 여력도 줄어 휘발유와 경유 가격 모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의 리터(L)당 판매가는 휘발유가 1,611.03원, 경유가 1,514.17원이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두 달 만에 1,600원대로 올랐으며 경유 가격 또한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6주 만에 1,500원대를 넘어섰다. 전국 기름값은 지난해 10월부터 16주 연속 하락하다가 1월 다섯째 주(1월 28일~2월 1일)부터 직전 주 대비 15.3원 오르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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