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6일 재활용 소재를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중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을 25%로 끌어올리고 2030년까지는 30% 이상으로 높인다. 폐수, 폐웨이퍼 등만 재활용이 가능한 반도체 업계에서 처음으로 소재 재활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높아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먼저 구리, 주석, 금을 비롯한 금속부터 재활용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 반도체 포장재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교체한다. 이 회사는 반도체 공정에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것을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받을 계획인데 나아가 협력사들도 국제표준화기구 환경 라벨·선언 표준(ISO 14021) 등 외부 기관 검증·인증에 참여할 수 있게 도울 예정이다.
기업들이 반도체 재활용 소재 활용에 관심을 보인 건 기후 변화 이슈가 커진 최근 몇 년 사이 변화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차전지 소재를 재활용하는 건 공급망 리스크, 재활용에 따른 비용 절감 측면이 크다"면서도 "반도체의 경우 생산 비용이 더 줄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반도체 소재 재활용은 환경 이슈 대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요구하는 ESG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도 반도체 생산 과정에 들어가는 소재·부품 재활용을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애플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동참하는 '청정에너지 약속 이행 공급업체'에 SK하이닉스가 들어 있다"며 "반도체 소재 재활용은 (같은 기술이면 탄소 배출량이 적은 협력사를 택하는 상황에서의)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웨이퍼 연마 과정에 사용되는 CMP 패드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노광장비(EUV)에 사용하는 수소 가스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역시 애플의 청정에너지 공급업체가 포함된 삼성전자도 폐웨이퍼를 재활용하고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육불화황(SF6), 플루오로폼(CHF3), 육불화부타디엔(C4F6), 옥타플루오로사이클로부탄(C4F8), 사불화탄소(CF4) 등 가스 대체 소재 개발에 들어갔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그동안 반도체 공정에 쓰인 물(이온화수)을 다시 쓰는 방법은 여러 업체가 적용 중이지만 다른 분야는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사례가 드물었다"며 "빅테크 기업의 ESG 기준이 높아진 만큼 반도체 분야에서의 재활용, 탄소저감 소재 사용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