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월 총선 공천 시작과 함께 부산·울산·경남(PK) 중진인 5선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의원과 3선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에게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 출마를 요청했다. 중진 희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으로, 친윤석열계로 꼽혔던 4선의 김기현(울산 남을) 전 대표나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 등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6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치신인이 이기기 힘든 지역에 당 중진이 가서 희생해준다면 선거에서 또 하나의 바람이 될 수 있다"며 "서 의원에게 부산 북강서갑, 김 의원에게는 경남 양산을 출마를 각각 부탁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재선인 전재수·김두관 의원이 현역인 부산 북강서갑과 경남 양산을은 PK에서도 여당 험지로 꼽힌다. 장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를 사수하고, 찾아온다면 큰 의미가 있고 승리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서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출신이다. 다선 의원에 광역자치단체장 출신의 인지도까지 고려해 야당 후보 견제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일단 서 의원은 7일 공식적으로 부산 북강서갑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4년 전 공천 때도 PK 험지 출마를 요청받았지만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김 의원은 수용 여부를 고심 중이다.
이날 여당의 중진 희생은 신호탄 성격이 짙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헌신해야 한다"면서 "정말 치열한 승부의 장에 많은 실력 있는 분들, 중량감 있는 분들이 나가주시는 게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PK를 필두로 승부처인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에서 중진 의원 희생 권고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이다.
울산시장을 지낸 김 전 대표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 의원 김 의원과 경력도 비슷한 데다,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윤심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도 6개 지역구 중 이상헌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울산 북구는 국민의힘 탈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출마 여부와 관련해 김 전 대표 측은 "당으로부터 (지역구 이동 등) 요청을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 내부에서는 5선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도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재선을 한 부산 사하갑 차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들의 험지 출마에 이어 국민의힘은 '양지'로 꼽히는 지역의 내부 교통정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과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이 각각 서울 강남을에 공천 신청을 한 데 대해 "지원은 자유"라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강남을은) 학교 등 연고를 고려한 공천 신청이었을 뿐, 총선 승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공천과 관련한 어떠한 당의 결정도 존중하고, 조건 없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