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통합형 비례정당'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단 민주당은 이 대표 구상대로 원내 진보정당은 물론 시민사회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21대 총선 당시 만들었던 더불어시민당 형태와 유사한 형태로 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위성정당이라는 비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과 결이 다른 소수 정당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년 전 위성정당과 이 대표의 통합형 비례정당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의원총회에서 "4년 전에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다른 정당이 빠진 상태였다"면서 "이번에는 제3당 중에서도 주요 정당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비례연합정당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3당 중에서는 민주당에 먼저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한 새진보연합이 우선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유보적 입장인 녹색정의당 및 진보당과의 연대 여부도 민주당의 관심사다. 현역 의원(6명)이 가장 많은 녹색정의당 상황이 가장 복잡하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는 전날 "최악은 피했다"면서도 "더불어시민당 같은 형태라면 시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1대 총선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지 않은 정의당이었지만 9.67%의 득표율로 비례대표 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탈당과 최근의 당세를 감안하면 독자적인 힘으로 지난 총선 결과를 얻기 힘든 게 녹색정의당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실리 차원에서 통합형 비례연합정당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민주당의 설득 카드인데, 이들 정당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에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는 방안 등이 거론될 수 있다. 경기 고양갑(녹색정의당 심상정)과 전북 전주을(진보당 강성희)을 비롯해 과거 진보정당 후보가 조직력을 바탕으로 당선된 적이 있었던 경남 창원 성산과 울산 동구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선거 연대의 두 축은 비례연합정당과 지역구 단일화"라며 "지역구는 당선 가능한 후보에 힘을 모으고 비례대표는 소수정당을 최대한 배려하는 방식의 협상에 당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 소수정당을 다 아우르는 데 합의한다고 해도, 공천이라는 또 다른 선을 넘어야 한다. 이 대표가 이날 의총에서 "민주개혁진보진영 맏이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그에 상응하는 권한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할 수 있다. 당장 비례연합정당 대표가 민주당과 손발을 맞추기보다 독자적 행보를 고집하는 경우 이를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실제 2020년 총선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위성정당인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 사이에 공천 갈등이 벌어져, 한 대표가 물러나고 원유철 전 의원이 대표가 돼 부랴부랴 공천을 마무리했다.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에서 추천 후보들의 검증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총선에서 시민사회 몫으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7번을 받았던 윤미향 의원은 당선 직후 정의기억연대 관련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으로 제명됐다. 시대전환 몫으로 더불어시민당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조정훈 의원은 지난해 합당을 통해 국민의힘에 합류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곧바로 실무 담당 기구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을 꾸리고, 단장에 박홍근 전 원내대표를 내정했다. 추진단은 협상 주도권을 잡고, 후보 검증 시스템을 미리 꾸리는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홍 원내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례대표 후보에 나서는 분들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자격과 공적 마인드를 가진 후보 아니겠느냐"며 "비례대표 선정 과정은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