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이 아이를 낳는 직원에게 현금 1억 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책을 내놨다. 이중근 회장은 5일 시무식에서 2021년 이후 신생아를 둔 가정에 총 70억 원을 전달했다. 연년생 자녀나 쌍둥이를 출산한 가정은 2억 원씩 받았다. 이 회장은 “국가에서 토지를 제공하면 셋째 출산 시 영구임대주택 무상 입주 혜택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이 0.7명 선까지 추락하고 ‘국가소멸’ 우려가 큰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파격적인 직원 출산장려금을 선언한 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지자체가 국비까지 포함해 만 18세가 될 때까지 순차적으로 1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업이 한 번에 1억 원을 주는 예는 없었다. 국가도 못하는 일을 기업이 해냈다는 평가도 무리가 아니다.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 중 일부는 둘째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젠 부영이 불붙인 출산장려금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지가 관심사다. 이를 위해선 세금 문제부터 해소돼야 한다. 이번에 부영은 직원 자녀에게 1억 원을 증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부모인 직원에게 주면 소득으로 잡혀 40%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증여세는 10%만 내면 된다. 이 과정에서 부영은 비용으로 인정을 못 받아 세 부담이 늘었다. 국가와 미래를 위해 선행을 했는데도 국가는 돕긴커녕 세금만 챙겨간 셈이다. 출산장려금이 적어도 세금폭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제 지원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정 한도에서 개인과 법인이 주는 출산장려금은 소득에서 빼주거나, 장려금을 받은 경우 다른 수입과 합산 과세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할 만하다.
다만 실제로 출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일부 대기업 위주의 출산장려금은 오히려 소외된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울 수도 있다. 지금도 빈부격차가 심한데 갈수록 소득이 높아야 결혼과 출산도 가능한 세상으로 변해가는 건 더 큰 문제다. 민간에 떠넘기기보다 정부가 주도해 누구라도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전 계층을 아우르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