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김기춘 상고포기 일주일 뒤 사면... 총선용 아닌가

입력
2024.02.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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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두고 ‘댓글 공작’으로 실형이 확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특별사면했다. 정부는 총 980명에 대해 7일 자로 이른바 '민생사면'을 단행했다. 전직 공직자 등 24명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 경제인 5명이 있지만 논란의 핵심은 두 사람이다. 다름 아닌 국가기관을 동원해 선거에 불법개입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장본인들이다. 게다가 불과 일주일 전 상고포기와 상고취하로 형이 확정되자 사면한 것은 우리 사회 공정성과 법치에도 어긋날뿐더러 '사면용 상고포기'와 '기획 사면'의 의심마저 들게 한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총선과 대선 전후 군 사이버사령부 부대원에게 당시 야권을 비난하는 댓글 9,000여 개를 작성토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작년 8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이후 대법원에 재상고했지만, 특사 엿새 전인 이달 1일 돌연 상고를 취하해 형이 확정됐다. 김 전 실장은 비판적 단체·예술가를 정리해 문건으로 작성토록 지시하고, 이를 근거로 정부지원금 대상에서 배제토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 역시 '재상고' 의사를 철회해 지난달 31일 형이 확정됐다.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지만 이처럼 형이 확정되자마자 반성도 없는 중죄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사면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활력 있는 민생경제와 국민통합”을 위한 특사라고 설명했는데 외려 국민 불신만 부추기는 게 아닌가.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확정 판결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특사로 풀어준 뒤 보궐선거에 출마시켜 참패한 게 불과 4개월 전이다.

박근혜·문재인 정권 시절 대통령 특사가 각각 3회, 5회였던 데 비해 윤 정부는 벌써 4번째다. 더욱이 이번 논란의 두 사람은 박근혜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공개활동 재개와 맞물려 보수진영을 겨냥한 총선용 사면이 아닌지 의심받기 십상이다. 사면권은 사회적 약자에 한해 최소화하는 게 공정과 상식, 법치를 존중하는 길이다. 특정 진영을 위한 선심성 남발은 지양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