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어깃장 재가동? '스웨덴 나토 가입' 의회 표결 무산

입력
2024.02.06 15:42
헝가리 집권당 보이콧... 26일 회의 재소집
"스웨덴, 나토 가입 원하면 방문하라" 압박
'비준하겠다더니...' 미국 등 노골적 비판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또 지연됐다. 헝가리 집권당 피데스의 보이콧으로 5일(현지시간) 예정됐던 스웨덴 나토 가입 의정서 비준이 무산된 것이다. 나토가 새 회원국을 받으려면 기존 31개 회원국 모두가 자국 의회에서 가입 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 스웨덴 가입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헝가리뿐이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친(親)러시아 성향인 헝가리 정부·여당의 어깃장에 단단히 실망한 상태다.

헝가리 여당 "스웨덴, 가입 원하면 와라"

미국 AP통신, 헝가리 넵스자바 등에 따르면 스웨덴 가입 의정서 비준안이 올라온 헝가리 의회 전체회의는 정족수 미달 탓에 26일로 미뤄졌다. 전체 199석 중 135석을 차지한 피데스에서 부의장을 제외한 의원 전원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헝가리와 함께 스웨덴 나토 가입을 반대해 온 튀르키예에서 지난달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우리도 서둘러 비준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피데스는 성명을 통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헝가리를 방문해야 비준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오르반 총리는 크리스테르손 총리를 헝가리로 초청했지만 이를 '나토 가입 승인을 대가로 거래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한 스웨덴 측에서는 '방문 이유가 없다'며 거절했다. 피데스는 스웨덴이 줄곧 헝가리 민주주의 상태를 의심, 비판해 온 것도 비준 거부 사유로 들고 있다.


"오르반이 또…" 미국 등 부글부글

미국은 헝가리에 대한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헝가리는 최근에도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안(500억 유로·약 72조 원)을 2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반대하다 뒤늦게 찬성표를 던져 미움을 샀다. 이날 헝가리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자 나토 회원국 대표들과 의회에 직접 참석한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헝가리 미국대사는 비준안 처리가 무산되자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동맹 전체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벤 카딘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헝가리를 "나토에서 가장 못 믿을 국가"라고 칭하기도 했다.

헝가리 야당은 오르반 총리가 '개인적 야욕'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당인 민주연합당 아그네스 바다이 의원은 "오르반 총리는 언론의 관심을 끌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며 "헝가리를 매우 굴욕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