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의 미국 입국 거부 사례가 증가하자 중국 정부가 부당한 심문 대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가 기밀 발설 금지', '자료 암호화' 등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이 중국 유학생의 스파이 행위를 우려하는 미국의 의구심만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하루 전 중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당국의 부당한 심문과 괴롭힘에 대한 대처법'을 발표했다. 국가안전부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최근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 공항에 도착한 직후 휴대폰과 노트북 등을 검사당하는 등 부당한 심문을 받았다"며 "이러한 상황을 만났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함을 유지하라"고 밝혔다.
국가안전부는 특히 미 당국이 국가 기밀이나 중국 내부 정보를 물어볼 경우 "답변을 거부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내부 자료를 소지했다면 반드시 위탁인에게 이를 맡기고 자료 자체도 암호화 조치를 해놓을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 △수하물 검사 현장에 동석할 것 △미국 측 관계자가 자신이 정보기관 요원이거나 사법 당국 직원이라고 밝혔을 경우 해당 인원이 안내한 장소에 가지 말 것 △상대방이 제시한 문서에 서명하지 말 것 등의 지침도 내놨다. 미 당국이 도청 등을 통해 유학생으로부터 민감 정보를 빼내려는 시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2020년 6월 특정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유학생을 통해 미국의 민감한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빼내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가 있다고 판단, 중국 기관에서 연구했거나 중국 정부 장학금을 받은 이공계 분야 전공자들의 미국 입국을 막겠다는 조처였다.
중국인 대상 미국 입국 제한은 강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주미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최근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여러 중국인 유학생들이 최대 10시간 동안 억류돼 심문을 받았고, 일부 학생은 입국이 거부됐다. 이에 중국은 "해당 학생들은 모두 합법적인 서류를 소지하고 있었다"며 "잘못된 검문과 본국 송환 행위를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국가안전부가 제시한 "답변하지 말라"는 식의 대응이 오히려 미국 측의 의심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밀 내용을 누설하지 말라"는 당부 역시 애당초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가 평범한 유학생에게 줄 만한 지침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