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려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석유제품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한 데다 총선까지 있어 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6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이날 전국 주유소에 판매되는 경유 가격은 L당 1,500.07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1.27원 오르며 1,500원을 넘겼다. 상승세인 휘발유 가격(L당 1,595.48원)도 1,600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지난해 10월 둘째 주부터 16주 연속 하락한 휘발유 가격은 1월 다섯째 주(1월 28일~2월 1일‧L당 1,579원) 들어 상승 전환했고, 이후에도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1월 초중순부터 국제유가가 상승해왔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순 배럴당 70달러 중반까지 떨어졌던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달 26일 배럴당 83.55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8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이달 5일(현지시간)엔 4거래일 만에 다시 반등, 배럴당 77.9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와 함께 세계 3대 원유 중 하나인 미국 텍사스산원유(WTI)도 같은 날 배럴당 72.78달러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배럴당 0.50달러 오른 금액이다.
러시아 정제설비 피격, 홍해 안전을 위협하는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공습 등이 복합 작용하며 유가를 끌어올렸다. 홍해는 전 세계 물동량의 30%가 지나가는 핵심 항로로, 영국 재무부는 중동 지역 전운 고조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가능성이 불거지는 이유는 불안정한 국제유가로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이 오를 경우 덩달아 물가 불안도 확대될 수 있어서다. 앞서 이달 2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중동지역 불안으로 2, 3월 물가가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3.8%)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하며 지난달 2.8%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여파로 다시 뛰어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연장하면서 민생물가 안정과 국제유가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가 되기 전까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물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