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로 예정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발표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날 오전 "일방적으로 정원을 발표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을 선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건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한부 환자의 종말을 지켜보는 의사의 심정"이라며 "증원을 발표하면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뒤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대화 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증원 규모가 조율되길 원했지만 복지부가 응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의협이 단 한 명의 의대 정원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은 아니었다"며 "유연성을 갖고 협상하자고 했지만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의협에 증원 적정 규모를 제시하라고 보낸 공문에 응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협의체를 무시하고 공문을 보내는 건 협상 정신에 어긋난다"며 "정작 복지부는 한 번도 원하는 숫자를 우리에게 공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정부와 의협은 서울 모처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지만, 양측은 설전만 벌이고는 4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이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통보는 독단적 정책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뜨자, 정부 협상단장인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뒤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끝까지 답변하지 않은 채 합의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대전협이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약 1만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8.2%가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을 뜻하는 '빅5 병원' 소속 전공의는 86.5%, 국립대병원 17곳 전공의는 86.5%가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업에 참여하는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파업이 진행되면 후배 의사와 미래 의사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적 지원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으로 파업에 강경 대응할 것을 예상한 조치다. 의료인이 업무개시명령을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자격정지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파업 시기는 설 연휴 이후로 미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연휴를 며칠 남기지 않고 증원이 발표돼 집단행동을 준비할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의협도 국민들 피해를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파업 동력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 설 연휴를 며칠 앞두고 발표하는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비대위가 의협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비대위가 될 것"이라며 강한 투쟁을 예고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한 뒤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증원 규모는 1,500명에서 2,000명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