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검색이 많은 탓에 내가 찾은 검색어가 알고리즘이 돼 인터넷상으로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광고가 생겼다. 클릭해서 연결해 보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유학파 사진작가의 영정사진 촬영권 크라우드 펀딩 광고였다. 크라우드 펀딩은 일정 수요가 없으면 진행이 되지 않기에 얼마나 참여했을까 궁금했는데 이미 목표 모금액의 1,000%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가족끼리도 죽음의 의미를 입 밖에 내기 어려워 '효도사진' '장수사진' 등으로 포장해 말하는 영정사진을 스스로 알아서 유명 작가님을 찾아가며 공들여 찍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는 모습,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듯 환하게 웃는 모습 등 사이트에 공개된 몇몇 영정사진과 사연들이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게 했다.
이유는 코로나19를 전후해 경제불황과 취업난으로 1인가구가 늘어나며 고독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점과 불특정다수를 향한 범죄와 이태원 참사 같은 예상치 못한 대형사고들로 인한 두려움으로 인해 살아온 날을 아름답고 평안하게 정리하는 웰다잉(잘 죽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 죽음을 스스로 미리 준비해 자신뿐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들도 빨리 상실의 아픔에서 치유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등이다.
외출하기 전 잠자리나 신발 등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사람, 미리 유서를 준비해 둔 사람, 불필요한 물건을 팔거나 버리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 집 안에 들이는 사람… 생활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목적지는 일관되게 '웰다잉'을 향했다.
요즘 일부 젊은 층은 웰다잉 준비를 통해 살아있는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금기시돼 왔던 죽음이 삶의 연속에 있음을 인지하며 사별의 고통과 슬픔을 가진 이들을 위로해 주는 데 큰 의미를 둔다고 한다.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끼게 하는 역설적 치료요법이다.
사진을 촬영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거나 소품을 가지고 촬영에 임한다. 그리고 촬영에 앞서 몇 가지 문항이 담긴 설문에 친지들과의 인연으로 찾아올 미상의 조문객들에게 간략히 자신의 약력을 소개하는 '조문보'와 현재 처한 어려움, 행복했던 순간, 남기고 싶은 말을 적는다. 일반적인 죽음과 달리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일은 스스로 결정한다. 그 결정을 무모하게 실행에 옮기는 젊음이 부럽다.
영정사진 속 젊은이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으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어느 때보다 죽음과 삶이 가까이 느껴지는 시대다. 비록 돈을 지불해 죽음의 그림자에 한 걸음 다가섰지만 그로 인해 아픔이 치유됐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온전히 버티기 힘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질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