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상당수가 의료 서비스 품질에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의료비’를 내는데도, 정작 의료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 의료비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최근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비용 대비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29%만이 ‘진료ㆍ의료 서비스 비용이 서비스 질을 반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56%나 됐다. 모르겠다는 답변은 16%. 이 수치는 지난해 5월 8~15일까지 미국 성인 5,458명으로부터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했다.
또 미국인의 79%는 “진료를 받기 전 의료비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했고, 95%는 “병원 등 의료기관이 치료하기 전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갤럽은 “이 결과는 인종(민족) 성별 연령 교육 수준 등 개인 상황에 관계없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의료 비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비싼 의료비는 이미 악명 높다. 미 연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1인당 의료비는 2022년 1만3,493달러(약 1,790만 원)로, 전년 대비 4.1%포인트나 올랐다. 터무니없이 비싼 의료비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미루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본적으로 약값ㆍ검사비 등이 한국보다 훨씬 비싼 데다, 법적 다툼의 위험성 때문에 환자 1인당 더 많은 검사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손해분을 메우기 위해 의료비 자체 가격이 높게 설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비를 규제하지 못하도록 이익단체들이 로비를 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도 거론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인 의료비 부채 규모도 크다. 카이저 패밀리 재단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미국인 1억 명 이상이 총 1,980억 달러의 의료비 부채를 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병원 진료비 책정 체계가 불투명하고 진료비 편차가 높아 사전에 비용 예측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2021년부터 모든 병원의 진료비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진료비 투명성 규정ㆍHospital Price Transparency Rules)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한편, 뉴욕시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채 탕감을 위해 “3년간 1,8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이 정책은 개인 파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의료비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일회성 조치다. 수혜 대상은 연 소득이 연방 빈곤선(2023년 2인 가족 기준, 약 2,600만 원)의 400% 이하, 또는 의료비 부채가 연 소득 5% 이상인 뉴욕시 거주자다. 최대 50만 명의 뉴욕 시민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