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전 세계 권위주의 부상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부켈레 대통령이 이날 엘살바도르에서 진행된 대선에서 승리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독재자’로 부르며 각종 편법으로 출마한 그가 8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을 확정 지은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스트롱맨’을 선호하는 전 지구적 흐름을 대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엘살바도르 선거법원(TSE)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오후 10시 개표율 31.4% 상황에서 82.9%를 득표,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부켈레 대통령도 투표가 끝난 지 2시간 뒤인 오후 7시 엑스(X·옛 트위터)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세계 민주주의 역사의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부켈레 대통령의 재임은 예견된 결과다. 2012년 당시 좌파 여당 '파라분도마르티민족해방전선'(FMLN)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반(反)범죄 이력'을 주요 무기로 앞세웠다. 2015년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된 후 도시 범죄율을 10%포인트 이상 줄인 게 대표적이다. 2017년 당 기득권을 비판하다 제명됐으나, 신당 '누에바스이데아스'(새로운 생각)를 창당해 2019년 최연소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재임 기간엔 인구 10만 명당 연간 살인율을 2015년 103명에서 지난해 2.4명까지 줄였다. 국민들의 지지율이 치솟았다.
그러나 임기 내내 고문, 자의적 체포, 수감자 사망 등 인권 탄압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정점은 5년 단임제인 엘살바도르에서 재선에 도전하기 위해 편법 행위를 하며 불거졌다. 부켈레 대통령은 2021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측근 인사로 전부 갈아치운 끝에 "임기 만료(오는 6월 1일) 6개월 전 휴직하면 재선이 가능하다"는 헌법 해석을 받아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일부터 휴직에 돌입, 이날 대선에 출마했다. 인권단체들은 "헌법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엘살바도르가 ‘민주주의 실패 및 권위주의 부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민주주의가 빈곤·치안·부패 등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권위주의가 전 세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미 여론조사 기관 라티노바로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남미 국가 최소 13곳에서 국민 40% 이상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권위주의 정부 집권은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타일러 매티아스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은 “민주주의의 인권, 적법 절차 개념이 실패했다고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거부감과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에 대한 지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