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먹구름 속 '또' 중동 찾는 블링컨… '외교의 시간' 성과 낼까

입력
2024.02.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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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인질 석방·휴전 협상 안갯속
개전 후 다섯 번째 중동 찾는 블링컨
미국, 억지력 강화... 친이란 보복 '계속'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인질 석방 및 휴전을 맞바꾸는 협상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친(親)이란 세력은 저마다 군사 도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을 방문한다. 중동이 중대한 '외교의 시간'에 다시 돌입한 것이다.


이·하 설득 '과제' 안고... 블링컨, 4~8일 중동 순방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4~8일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차례로 방문한다. 이스라엘·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을 시작한 후 다섯 번째 중동 방문이다.

블링컨 장관의 순방 핵심 목표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이다. 인질 약 130명 중 6명은 미국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중단이 필수적이다.

양보 없는 이·하... 협상 지연 속 가자 상황은 악화

그러나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약 6주의 휴전과 노인·환자·아동 인질 석방을 시작으로 추가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이어가자'는 내용의 합의 초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며칠 동안 이어졌지만, 양쪽 모두 겉으로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대 전면 철수'를,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 없이 철수 불가'를 고집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4일 하마스가 인질 석방 대가로 서안지구 집권 정당인 파타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마르완 바르구티 석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이 늘어지는 틈을 타고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IDF가 하마스 24개 대대 중 17개 대대를 파괴했고 남은 대대 대부분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 등에 있다"며 "우리는 그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따르면 가자지구 난민 약 193만 명 중 대다수가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라파에 머물고 있어서 IDF의 공세는 많은 피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미국 "이란 연계 조직, 필요시 공격" 보복 계속

미국은 협상 중재와 동시에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 조직을 상대로 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군은 IRGC 및 연계 조직이 본부 등으로 사용하는 시리아·이라크 내 시설을 공격했으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이 친이란 민병대 공격으로 사망하자 미국은 2일 이들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

미국은 또 예멘 내 친이란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도 4일까지 사흘 연속 이어갔다. 다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