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을'
22대 총선을 두 달 앞둔 지금,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결과가 가장 궁금한 선거구 하나를 뽑으라 한다면 대부분은 검지로 '인천 계양을'을 지목할 것이다.
이곳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다. 최근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출마를 선언한 곳, 이재명 대 원희룡의 빅매치가 예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 그대로 나가지 어딜 가냐"며 사수 의지를 내비쳤다. 스타 장관 출신의 여권 잠룡과 야권 최대 차기 주자의 대결. 큰 관심도에 걸맞게 벌써 '명룡대전'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러한 '빅매치'는 대진자의 정치생명에 끼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원 전 장관이 험지에서의 승리를 쟁취하고 여권 유력 주자로 발돋움할까? 아니면 이 대표가 무난히 대권 가도를 지속할 추진력을 얻게 될까? 어느 쪽이든 이긴다면 대권을 향한 날개를 달겠지만, 지면 적잖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들에 앞서 지난 총선들에서 메인 무대에 올랐던 정치인들의 운명을 돌아봤다.
2012년 19대 총선의 거물급 매치는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에서 성사됐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6선의 홍사덕(대구 서구) 새누리당 의원과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당 의장(대표)과 산업부 장관을 역임한 4선의 정세균(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민주통합당 대표가 각자 지역구를 던지고 서울을 택한 것이다. 이 매치업은 두 사람의 상징성 때문에 '박근혜-노무현 대리전'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여야의 자존심을 건 격전 끝에, 승리를 가져간 건 52.3%를 득표한 정 대표였다. 정 대표는 다음 총선(2016년)에서도 종로에서 당선되며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지만, 선거 패배로 치명타를 입은 홍 의원은 '친박계 좌장'으로서 자랑하던 정치적 영향력에 큰 흠집이 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대구 정치 1번지'인 대구 수성갑에서 벌어진 '골리앗과 골리앗의 전쟁'에 시선이 집중됐다. 여야 양쪽 진영의 '대권 잠룡'으로 통하던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결이었다. 김 의원은 이미 4년 전 19대 총선, 2014년 대구시장 지방선거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신 상태로,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보수의 심장으로 통하는 대구에 야당의 깃발을 꽂게 되면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대장'으로 단번에 야권 대표주자를 꿈꿀 수 있었다. 김 후보는 이런 김 의원을 꺾으면, 영남권을 대표하는 '포스트 박근혜'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결과는 62.3%의 득표율을 기록한 김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 3수 끝에 험지에서 일궈낸 승리는 김 의원을 대권주자 반열에 너끈히 올려놓았고, 후일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이 되는 밑거름이 되어줬다.
4년 전 21대 총선의 빅매치는 다시 서울 종로에서 펼쳐졌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대권 후보 1·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각자 대권의 '큰 꿈'을 품고 종로에 전격 출마했다. 이 위원장은 종로에서의 승부를 통해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고, 반대로 황 대표는 이 위원장을 제치면 여야 통합 차기 대권주자 1순위로 급부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승자는 대권, 패자는 침몰. 두 사람에겐 그야말로 정치생명을 건 일생일대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선거기간 여론조사에서 계속됐던 이 위원장의 '오차 범위 밖 리드'는 결국 실제 선거에서도 뒤집히지 않았다. 맞대결에서 승리한 이 위원장은 같은 해 8월 민주당에서 60%가 넘는 득표로 4대 당대표에 선출됐고, 본격 대권 준비에 돌입했다. 반대로 황 대표는 자신의 패배뿐 아니라 민주당에 180석을 안겨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를 포함한 모든 당직에서 물러났다. 황 대표는 이듬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도 참여했지만, 2차 컷오프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