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작전'과 한국의 국익

입력
2024.02.06 04:30
27면
중동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와 바브 알 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국제 상선을 공격한 이후 홍해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월 31일 발표에 따르면, 홍해를 통과하는 컨테이너 화물량이 약 30% 감소하여 세계 해운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도 적극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은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20여 개국과 함께 다국적 연합군을 결성해 '번영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발족시켰다.

유럽연합(EU) 역시 홍해에서 해상 군사 작전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2월 19일을 예상 시작일로 제시하며, 순수하게 방어적 목적을 지닌 군사 작전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패를 의미하는 '아스피데스(Aspides)'라는 이름의 임무단을 통해 EU가 주도하는 작전이 수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동맹을 고려할 때 미국이 향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참여를 요청할 경우,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2024년 1월 12일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지지하는 10개국 공동 성명에 한국은 미국, 영국,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와 함께 참여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 주도의 홍해 해상 작전에 중동 국가들의 참여 실적은 저조하다. 가자 전쟁 이후 복잡해진 중동정세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와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일례로 이집트는 홍해 항로에서의 선박 통행 중단으로 피해가 컸으나 미국 주도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홍해의 해양안보 문제에 대한 개입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해양안보에 대한 관심을 높여온 상황에서 우리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역내 국가들조차 참여를 꺼리는 민감한 지역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국익 손상의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중동정세를 면밀히 분석하고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국의 요구에 단순히 응하기보다는 보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한미 관계를 기반으로, 한국이 홍해 해양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